사람이 죽었다. 우물과 주자소, 궐의 곳곳에서 네 구의 시체가 발견됐다. 죽은 자들의 몸에는 공통적으로 작은 문신이 있었고, 그들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죽는 순간마저도 주먹을 꽉 쥐었으며, 살해 흔적은 자살이나 사고사를 가장한 트릭에 감춰졌다. 수상한 낌새를 맡은 겸사복 채윤(이창희)은 궁의 구석구석을 살피다 감옥에 끌려왔고, 입이 방정이라 끌려온 옆방의 재담광대 희광이(김병철)는 그런 채윤을 참견한다. 채윤과 희광이는 좁은 감옥에서 4개의 살인사건을 재현하며 조선판 셜록과 왓슨이 되어 용의자를, 살해동기를 찾는다. 피해자들이 꼭 쥐고 있던 종이에 그려진 마방진은 무엇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마방진의 답은 과연 무엇일까. 한판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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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지난해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연극 <뿌리 깊은 나무>는 뿌리가 같다. 하지만 두 작품은 영상과 무대라는 점 외에도 가지가 다르다. 드라마가 이정명 작가의 동명소설에 살을 붙여 세종과 밀본의 대립, 한글창제를 중심으로 정치의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연극은 한글창제를 넘어 세종의 진의를 알아가는 채윤을 통해 리더의 품격에 주목한다. 이기도 연출은 세종을 통해 “이 시대의 리더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연극에서 한글창제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바로 역법과 자격루다. “우리의 우주와 시간을 만들”어 조선을 굳건히 하나의 국가로 세우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기틀 삼아 백성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일. “쉽고 편한, 퀄리티 있는 교양 연극”을 만들고자 했던 연출의도처럼 리더의 품격은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자치와 애민에 스스로를 던졌던 세종은 현실정치에 대한 판타지를 반영하고, 그 모습은 흡사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떠올리게도 한다.
사진제공. 한강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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