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기본은 스텝이다. 레슨 첫 날부터 경박하고 무례한 태도로 일관하는 댄스강사 마이클(지현준)과 그의 행동을 하나하나 깐깐하게 지적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릴리(고두심)의 만남을 춤의 과정에 비유한다면 첫 스텝부터 꼬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레슨인 스윙 댄스를 끝낸 뒤에도 오해와 거짓말이 반복되며 두 사람은 계속해서 부딪힌다. 마이클의 정체를 의심하던 릴리는 뒷조사를 통해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으며 심지어 게이인 것을 알게 되고, 이 레슨을 계속해서 들을 수 없다고 소리친다. 과연 여섯 주, 여섯 번의 댄스 레슨을 제대로 끝마칠 수는 있을까.
<#10_LINE#>
당신에게 내미는 손 “Shall we dance?”
<여섯 주 여섯 번의 댄스레슨>(이하 <댄스레슨>)은 춤을 배우는 과정이 중요한 연극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커플 댄스가 가능할 만큼의 실력을 갖춘 릴리는 함께 춤을 출 상대가, 마이클에게는 생계를 위한 일이 절실하다. 이유는 달랐지만 마이클이 고약한 노인네 같은 릴리 안에 작은 소녀처럼 여린 마음을 보고, 릴리가 마이클이 경박한 겉모습 안에 수많은 상처를 감춰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조금씩 변해간다. 상처를 내 보이며 서로의 약함을 확인 한 뒤에 추는 춤은 볼거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두 사람은 춤을 추기 위해 맞잡은 손, 맞닿은 몸에서 서로의 온기와 존재를 느끼고 더 이상의 대화 없이도 화해하고 소통한다. 영화 <페이스 타임> 이후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온 김달중 연출은 두 사람만 있기엔 넓어 보이는 릴리의 거실을 빛과 음악으로 채운다. 특히 액자 속 사진 같았던 창가의 바다는 관계의 진전에 맞춰 점차 따뜻한 색으로 물들어가며 진짜 삶의 배경이 된다. 그래서 <댄스레슨>은 늙어감에 대한 연극이기도 하다. 마지막 레슨에 가까워지면 생의 노년을 황혼이라 부르는 이유가 온 하늘을 채우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노을빛과 닮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빛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것은 사라져 가는 시간이 아닌, “당신은 분명히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옆 사람의 온기다. 매 번 레슨 때마다 차오르는 감정으로 한없이 깊어지는 무대에, 남은 레슨이 줄어갈수록 관객도 두 사람과 똑같이 아쉬운 마음을 느끼게 된다.
사진제공. CJ E&M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