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밀가루값 급등 빵가격 연쇄인상, 대형마트 공세 겹쳐 영세점포 생존위기
서울시 관악구의 봉천시장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윤 모씨는 지난 10일 "지금 수입과 국내산 밀가루 가격차이는 2~3배가 난다"며 "소규모로 빵을 만드는 사람은 수입산을 쓸 수밖에 없는데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결국 빵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윤 씨는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는데 밀가루 값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끓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상인은 "국내에서 가공하는 밀가루 제품을 사용하지만 밀 100%를 미국과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수입 밀 가격이 오르면 밀가루 가격도 높아질 것이고 우리처럼 소규모로 장사하는 사람들에겐 원가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뒤에는 대한제분에서 생산된 '곰표밀가루' 포대가 놓여 있었다.
전통시장에서 국내산 밀가루를 쓰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소비자들도 있어 시장 상인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한 상인은 "전통시장에서 왜 수입산 밀가루를 쓰냐고들 하시는데, 국내에선 밀이나 옥수수를 재배하는 곳이 거의 없어요. 몇 군데 있긴 하지만 그걸로 밀가루를 만들면 너무 비싸서 사용할 엄두도 못 낼 겁니다"라고 말했다.
또 국제 옥수수 가격에 소고기 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 양재동의 곡물도매업을 하는 한 상인은 "국내에서 재배되는 옥수수는 소량이라 대부분 식용으로 판매되고, 수입 옥수수는 주로 사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며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 사료값이 오르고, 축산농가에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사료용 옥수수는 많이 필요하게 돼 옥수수 값이 더 오를 것 같은데 결국 소고기 값이 오르는 거지 뭐"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한편 밀가루나 옥수수 가격이 올라 소비가 줄어들면 쌀 소비량이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는 전통시장 상인도 있었다. 전통시장 상인 박모씨는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빵 가격도 오를 것이고 그러면 오히려 쌀로 만든 떡이나 떡 케이크 등이 잘 팔리지 않겠냐"고 내심 기대하는 내색을 보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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