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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곡물가 대책, 소에게 묻는 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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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소들이 강제로 다이어트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말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서 장관은 18일 사료·제분 공장을 찾아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곡물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말했다. "마블링이 좋다는 건 지방이 많다는 의미로 국민 건강에도 좋지 않으니 소고기 등급 기준에서 마블링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담긴 뜻은 '세계 주요 곡창지대에 가뭄이 들어 곡물값이 폭등하는데 소한테까지 먹일 게 어디있느냐'쯤 될 것 같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격이 뛰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 우려를 염두에 둔 말로 이해한다. 연간 곡물 수입량의 절반 이상이 사료에 쓰이니 서 장관의 고민에도 이유가 있다.

그런데 허둥지둥하는 농식품부 담당자들을 보면 이 구상은 조율해 내놓은 게 아닌 모양이다. 진척 상황을 묻자 담당자는 "당장 등급제 기준을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검토를 해보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곡물사료 대체 방안도 뚜렷하게 잡힌 게 없다. 담당자는 "사료를 적게 먹이는 기법을 연구할 수도, 곡물을 적게 먹이도록 어린 소를 출하할 수도, 풀사료나 섬유질 가공사료(TMR)를 먹일 수도 있다"고 했다. 곡물 값이 하락해도 다른 사료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지, 맛이 떨어지거나 안전성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역시 "이제부터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주무부처 장관이 소고기 등급제 하나 고치는 게 대수이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 작업은 생각보다 까다로우리라 예상한다. 연구용역 뒤 축산법 시행규칙이나 축산물 등급판정 기준을 손보는 건 어렵지 않다고 해도 마블링 좋은 고급육을 생산하며 버텨온 축산농가와 부드럽고 고소한 소고기를 즐기는 일반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혀가 기억하는 입맛을 바꿔야 하는 작업이다.

지난 상반기 빗나간 경기전망으로 대통령의 꾸지람을 들은 국무위원들이 곡물가 오름세에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 대책이 담은 시야가 좁고 유통기한이 짧으면 모양이 빠진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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