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8월, 브레튼우즈 체제가 깨지기 전에는 35달러를 가지고 은행에 가면 1온스의 금을 받을 수 있었다. 리처드 닉스 미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을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내면서 재정적자에 시달리자 외국 중앙은행에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돈은 '금'이라는 실물이 아니라 '신용'(Credit)으로 바뀌었다. 이후 근본없는 돈이 넘쳐나면 인플레이션이 오고 그렇지 않으면 긴축경제가 도래하는 롤러코스터 경제를 맞이하게 됐다.
대출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10만 유로를 대출받아 사들인 15만유로짜리 집이 30만 유로가 됐을 때 주택구입자는 15만유로의 통화가 신규로 창출됐다고 믿게 된 것이다. 주식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의 경우 상하 15%씩 주가가 불어날 수도 있고 쪼그라들 수도 있는 시장에 근본도 없는 돈을 맡겨 놨으니 하루에 적어도 수 백만 명이 심리적 불안증세를 겪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지금처럼 개인투자자들이 일제히 들고 있는 주식을 팔아 머니마켓펀드나 정기예금 등의 상품에 몽땅 넣어두는 기간이 장기화되면 본인에게는 손실일 뿐이다. 물론 수십억원의 자산을 가지고 굴리는 부호들이야 예외일 수 있지만 서민들 입장에서는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어차피 인플레이션은 폭이 다를 뿐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고 화폐 자체는 그 속성상 금이나 은처럼 그 가치가 엄청나게 뛸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버블처럼 '한방'을 기대하면 안 되겠지만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낼 투자처를 어떤 방법으로라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한 가지는 돈에 흥분하지 말라는 점이다. 특히 실현되지 않은 가공수익에 흔전만전하면 안 된다. 오늘 주식에 1000만원을 투자해 내일 평가액이 1150만원이 됐다고 주머니에 150만원이 들어온 것은 아니다. 1000만원을 1년간 넣어둔 정기예금 통장에서 40만원(연 4.0%)의 이자를 받았고 예금통장에 1040만원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는 것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투자와 소비'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는 지구촌 경제는 성장 없이 생존이 불가능하다. 둘 중 하나라도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면 자전거는 쓰러지고 만다. 그래서 돈의 본질을 알아야 알고 개인경제도 이에 대처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 참에 금본위제를 부활해 인플레이션을 아예 없애자는 현실적이지 않은 극단적 주장이 나오기도 하는 이유다.
국가경제를 위해 돈을 굴려야 한다는 진부한 말이 아니다. 나 역시 서민이기에,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제대로 된 '돈 관리법'을 진지하게 연구해 봐야겠는데 참 쉽지 않다. 그래도 찾아야 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것이 21세기 경제를 사는 우리들의 숙명이다.
박성호 증권부장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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