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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더위에 강한 한국형 젖소 개발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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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이현정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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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동안 사람과 가축들이 더위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농가에서는 축사지붕에 스프링쿨러로 찬물을 뿌리고, 내부에는 24시간 선풍기가 돌리면서 온도를 낮추는데 안간힘을 쏟았다. 그러나 더위에 약한 가축들은 이미 수 만 마리가 폐사하거나 사료섭취량이 줄어드는 등 이상 증상을 보였다. 특히 더위에 약한 젖소는 고온스트레스를 받아 유량이 20∼30% 감소하고 유지율 저하, 소화기질병, 번식장애 등이 오는 등 심각한 생산성 저하로 낙농가의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다.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젖소는 99% 이상이 원산지가 북 유럽지역 홀스타인 품종으로 추위엔 강한 반면 여름철과 같이 습도가 높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는 매우 취약하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를 닮아가면서 젖소의 고온스트레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젖소사육은 1902년 홀스타인 품종이 처음 도입되면서 시작됐고 1960년대부터 급격히 성장했다. 이때 젖소의 평균 산유량은 연간 3000∼4000kg 정도였다. 그러나 2010년 현재 육종농가 기준 두당 산유량은 약 9700kg 수준으로 OECD회원국인 이스라엘과 미국에 이어 세계 상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우유생산능력이 세계 상위 1%에 해당하는 한국형 젖소 씨수소를 생산하는 등 급속한 개량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 젖소의 산유능력이 이처럼 향상된 데는 외국으로부터 우량종축의 정액이나 수정란을 도입해 개량한 효과 덕분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돼 집중적인 영양, 사양기술 개선과 함께 육종, 개량기술 등 종합적인 축산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얻어진 값진 연구성과와 국가단위 축산정책이 뒷받침된 결과다.

최근 급속한 유전체 학문의 발달로 보증씨수소 선발시 5∼6년 걸리는 기존의 가축선발(후대검정)방법을 대신해 개체의 유전체 정보만으로 선발할 수 있는 유전체 선발(Genomic selection) 기술이 개발돼 보다 신속, 정확하게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 방법의 도입으로 기존의 보증씨수소 선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형질에 직접적으로 관여되는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선발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존 육종선발 방법에 유전체 정보의 접목을 통해 내서성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형질 관련 국내 유전자원을 발굴, 활용하고, 유용한 해외 유전자원의 확보를 통해 국내 축산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형 젖소 종축의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유전적으로 더위에 강하고 산유량이 높은 새로운 젖소 종축을 개발해 해외 종자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는 자국의 낙농업이 아예 없거나,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고 꾸준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낙농업의 성장잠재력이 크다. 따라서 우리가 사양기술과 함께 능력이 뛰어나면서 더위에 강한 젖소를 개량, 육성해 종자를 수출한다면 미래의 큰 시장이 될 수 있다. 동남아, 중국, 인도에서 향후 우유생산이나 소비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초기단계로 기후적 환경, 기술 등으로 많은 제약이 있는 상태이긴 하다. 필리핀 정부가 열대에 강한 토종 물소를 유용종으로 개량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와 윈-윈 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다가오고 있는 국내 기후변화에 맞는 품종육성이라는 측면과 FTA에 대응하는 수출농업의 준비라는 측면을 볼 때 이제 우리 낙농산업은 신기술을 집약하여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최신 유전체 기술을 이용, 여름 폭염에도 잘 견디는 한국형 젖소 종축을 만들어 보급하는 일은 가장 근본적인 준비가 될 수 있다.



이현정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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