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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먹다 남긴 것도 씻어 다시 낸다..'금상추'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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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값 폭등에 고깃집·횟집은..
'돼지고기에 싸먹는다'는 말 그대로..반찬가짓수 줄이기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사실 그러면 안 되는데 요즘엔 손님들이 상추 남기고 가면 깨끗하게 씻어서 다시 내놓기도 해요..."
2일 마포구의 한 프랜차이즈 고깃집. 주말 손님맞이에 앞서 돼지고기 다듬기에 한창이던 고깃집 사장은 "돼지고기에 상추 싸먹는다는 말이 괜히 나오겠냐"면서 "비싼 상추가 너무 아까워서 손님들이 먹다 남긴 것을 깨끗이 씻어서 다시 상에 올린다"고 털어놨다.

한반도를 연이어 휩쓸고 간 태풍 탓에 채소 값이 폭등한 가운데 추석 명절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이 재료값에 허덕이고 있다.

▲채소값의 상승이 심해지자 서교동의 한 정육식당은 채소류를 직접 키워서 반찬으로 내놓고 있다.

▲채소값의 상승이 심해지자 서교동의 한 정육식당은 채소류를 직접 키워서 반찬으로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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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채소를 씻어 다시 상에 올리기도 하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재료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싶어 직접 파ㆍ마늘ㆍ상추를 가게 앞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서교동의 한 정육식당에서는 "채소값이 너무 올라 남는게 없다"면서 "손님들이 깻잎 좀 더 달라고 하면 안 줄수도 없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가게 앞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의 한 우렁쌈밥집에서 식사를 하던 고시생 한지환(30)씨는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보니 쌈밥집에서 채소 한접시 더 달라고 하기가 미안하더라"면서 "친구들이랑 물가 얘기를 하다가 남은 채소로 최대한 밥을 다 먹고 나왔다"고 말했다.

▲삼겹살집에서는 상추가 실종됐다. 씻어서 재활용한 듯한 상추가 바닥에 한두장 깔려있을 뿐이다.

▲삼겹살집에서는 상추가 실종됐다. 씻어서 재활용한 듯한 상추가 바닥에 한두장 깔려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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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앞인데 호박, 고구마 등 부침개용 채소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홍대 인근 전집에서 호박전ㆍ고추전을 부치고 있던 한 아주머니는 "호박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면서 "이거 팔아도 남는 게 없다. 호박값 올랐다고 모듬전 가격을 당장 올릴 수도 없고 당분간은 견디고 감수하고 판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식을 주재료로 하는 채식까페들도 역시 손해를 감수하면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채식까페 쿡앤북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온라인 몰에서 주로 채소류를 구입하는데 태풍 이후로 없는 채소류 종류도 많이 없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면서 "이번 주는 있던 재료를 쓰는데 당장 다음 주가 걱정이다"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보쌈집들은 배추 값이 감당할 수 없이 들쑥날쑥 해지자 매장에서 직접 담그던 김치를 본사에서 대량으로 공급받기 시작했다.

유명 보쌈집 한 관계자는 "원래는 김치를 매장에서 직접 담아서 손님들에게 대접을 했다"면서 "하지만 채소 값이 워낙 들쑥날쑥해서 수지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얼마 전부터는 본사에서 대량으로 담근 김치를 가져와서 내놓고 있다. 아무래도 맛이 좀 다르다"고 말했다.

양식장 피해로 수산물 가격이 폭등해 수산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시장 상인들은 추석 선물 1순위인 전복값이 폭등하자 대목장사를 놓칠세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량진수산시장 신안상회 관계자는 "1만5000원 하던 해삼이 3만원으로 두배 뛰었다"면서 "태풍 탓에 장사에 타격이 크다. 계속 비가 와서 손님이 없다가 지나고 나니 가격이 올라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상인은 "추석이 다가오면 전복 값이 제일 오르는데 전복이 태풍에 다 쓸려가서 큰일이다"면서 "㎏당 1만5000원 정도 올랐다. 우럭ㆍ도미도 5000원~8000원 정도 올랐는데 추석 앞두고 계속 오를텐데 큰일이다"이라고 말했다.

양념장 및 야채 등을 제공하는 인근 횟집들은 수산물값ㆍ채소값 상승으로 2중고를 겪고 있었다. 비싼 배추김치는 공기밥을 시켜야 구경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똑순이네 횟집 사장은 "3000원 양념값을 받아서 인건비ㆍ월세를 내면 뭐가 남겠나. 이제는 상추ㆍ깻잎까지 오르니 살 수가 없다"면서 "아무래도 반찬 양을 줄이게 되더라.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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