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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용악 특집(8)'낡은 집' 마지막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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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집/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제철마다 먹음직한 열매/탐스럽게 열던 살구/살구나무도 글거리만 남았길래/꽃피는 철이 와도 가도 뒤울안에/꿀벌 하나 날아들지 않는다

■ 애초에 추억을 자아냈던 그 집으로, 시 말미에 다시 돌아왔다. 이용악은 다시 그집의 현실로 돌아와, 추억을 소개(疎開)하며 쓸쓸한 감을 돋운다.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이라는 대목을 반복하면서. 이 시가 사회의식을 담지하고 있는 것에만 주목하다보면, 마지막의 이 멋진 풍경을 놓치기 쉽다. 흉집 뒷 뜨락에는 살구나무가 있다. 아마도 이용악은 동무와 함께 이 나무 아래서 살구를 먹으며 놀았을 것이다. 그런 시절을 그리워하며 시인은 흉집 뒤안을 둘러봤나 보다. 집이 죽으니 나무마저 죽는 것인지 글거리(줄기)만 남아있고 꽃들도 피지 않았다. 지금쯤 딱 꽃필 철인데 꿀벌 하나 날지 않고 삭막하다. 폐가와 꽃도 없는 살구나무가 잔뜩 기억의 봇짐들만 진 채 주저앉아 있다. 문자 속에 편입된 스토리텔링이 이토록 생생하고 절절한 절정을 이루는 풍경을 봤는가. 이 시야말로 글자(文)에다가 '학(學)'이라는 경칭(敬稱)까지 붙여주며 우러른, 문학의 자부심으로 삼을 만하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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