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다가 그 노인을 살피니 그는 다름이 아니라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이었다. 기자는 글로벌 넘버원 조선업체의 총수인 민 회장의 행동이 다소 의아해 보였다. 대기업 총수는 호텔룸에서 편하게 룸서비스를 통해 식사를 할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 회장은 굳이 호텔룸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많은 투숙객이 붐비는 뷔페까지 내려와 손수 쟁반을 들고 직접 음식을 담고 있었다. “저 분이 기업 총수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민 회장은 다음날 아침에도 식탁주위를 맴돌던 직원들에게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손수 쟁반을 들었다.
직원을 내 가족같이 생각하는 건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도 흡사한 것 같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중공업 내 영빈관이 있는 언덕에 올라 직원들과 어울리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이른바 ‘현대정신’을 계승한 민 회장도 생각이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계식 회장은 마라톤에도 열심인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매일 오전 11시, 울산 현대조선소 야드를 돌며 10km를 달려 건강을 관리하기로도 유명하다. 부두와 야드를 뛰며 직원들과 호흡해 온 지난 세월이 눈앞에 선하다. 직원들이 퇴근한 사무실에서 밤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하는 그가 열정적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의 체력 덕분은 아닐까.
은퇴하는 경영자들을 보면 대부분 회사 일에서 떠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상을 돌이켜 보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100세 시대에 인생2막을 준비하는 은퇴 경영인들이 많다. 그런데 민계식 회장은 그렇지 않았다. 인생2막도 ‘회사의 미래’에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경영자 이후에도 공학도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민 회장이 직접 출원한 발명특허 수만 해도 무려 300여 가지가 넘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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