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김승연 회장의 구속으로 ‘글로벌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그룹은 또다시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라크 건설사업과 일본 태양광 사업 진출, 독일 최대 태양광기업 M&A 등 어느 하나 놓치기 어려운 중차대한 사업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봉착한 기업환경에서 이런 사업들을 놓치기나 한다면 한화그룹의 미래는 보장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년 같으면 그룹총수의 부재라 할지라도 ‘옥중경영’이나 시간이 흘러 ‘보석’으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의 분위기는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는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들로 인해 냉랭하다. ‘집행유예 금지법안’을 제출하겠다는 여당과 ‘대통령 사면’을 금지하는 야당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는 대선주자들도 총수리스크에 빠져 있는 기업들이 어려움에 봉착해 더 이상 경영활동을 못하게 되고, 급기야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에 따른 국민의 비난을 받게 될 수 있다.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처벌이 대선주자들의 공약이라면 굳이 인신구속으로 경영공백을 초래해 연관 산업까지 피해를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 될 것이다.
대신 그룹 총수는 정치적인 압박에서 벗어날 기회를 왔다. 물론 그룹 총수의 재산 사회 환원이 비리 무마용으로 전락한다면 당장의 시련에서 벗어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룹 총수들이 사회 환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도와줘서는 안 된다. 삼성과 현대차가 사용했던 사회 환원을 위한 재단 설립과 같은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 재단은 재단임원이 총수의 지인들로 구성되기 일쑤여서 기업과 분리된 독립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총수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기업소유 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재단에 기부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기부금액도 배로 확대해 인신구속을 대체케 하는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그룹 총수의 경영공백으로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를 가져오기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부문화를 도입해 운영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조윤성 기자 cool@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