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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가볼만한 농가맛집④] 머리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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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농촌.

농촌의 식재료는 도시와 차별화된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천연 조미료만을 사용하는 로컬 푸드이면서 오염이 없는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전수자가 전통 방식으로 조리한 향토음식, 집안내력음식, 제철음식 등을 제공한다. 그래서 '착한 음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텃밭의 채소, 그 채소를 가꾸는 농부, 음식에 담긴 이야기, 추억 등 스토리가 있는 음식으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직접 음식을 만들고, 만든 음식을 먹어보는 음식 체험 등 농촌생활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추억을 맛 볼 기회이기도 하다.

자연과 함께할 수 있어 몸과 마음의 치유 공간으로 불리는 전국의 '농가 맛집'을 총 4회에 걸쳐 소개한다.

◆ 연꽃 향기 그윽한 안동의 '안동화련' = 경북 안동에 자리한 '안동화련'. 이 집 주인장은 시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삶에 대한 공허를 느끼던 중 연꽃을 재배하는 스님과 우연히 만나 위안을 삼고 연(蓮) 요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연밥(연씨)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으며, 연잎은 미용과 정력, 연뿌리는 빈혈과 설사, 위궤양에 특효가 있다고 전해진다.

안동화련의 대표 메뉴인 '화련정식'은 연잎에 오곡과 연자, 대추, 은행을 넣어 무쇠솥으로 찐 연잎밥에 산야초와 연근으로 만든 반찬이 군침을 돋게 한다. 쌀을 불리는 데만도 5시간이 소요되며 애벌로 밥을 한 후에도 다양한 고명이 뿌려져, 수도(修道)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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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싸인 연잎을 풀면 그윽한 향기의 연잎밥을 만나고, 비린내가 없는 간고등어를 얹어 먹는 이로 하여금 천상의 식사를 마주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다른 별미인 연저육찜은 돼지 오겹살을 연잎에 싸서 찐 다음 들기름에 볶고 주인만의 특제 소소로 마무리 하는 일품의 요리다. 꽃사과청, 양파청, 대추청을 넣어 졸이고, 잡맛을 잡고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 효소액을 뿌려주는 정성어린 과정이 필요하다.

연근을 꿀과 효소로 절여 쫄깃하고 달콤하게 한 연근정과와 연잎가루를 넣어 만든 연잎떡은 식사의 훌륭한 마무리 음식이다.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 만들기 체험과 연꽃농원 감상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연잎 밥, 연잎 차, 연꽃 효소제 만들기와 제철과일로 과일청 담그기도 놓쳐서는 안 되는 체험거리다.

연꽃 농원에서, 7~8월에 만개하는 백련(白蓮)과 서리때까지도 그 모습을 간직하는 화련(花蓮)을 구경하는 것도 강추다. 몽실언니를 쓴 권정생 작가의 생가와 소설의 배경무대가 있으며, 최치원이 수도했다는 고운사와 대산종택도 훌륭한 볼거리 중 하나다.

◆ 옛 선비의 격식을 담은 영주의 '무섬골동반' = 물위에 떠있는 섬과 같다해 이름 붙여진 경북 영주의 무섬마을의 '무섬골동반'.

백성을 아끼던 이황 선생이 드셨다는 콩나물, 콩자반의 소박한 밥상에 비빔밥을 추가한 '무섬골동반'은 인(仁)을 상징한다.

무섬골동반에 함께 나오는 다담이국은 팥잎에 생 콩가루를 묻히고, 무, 콩나물, 냉이로 국을 끓여 음식의 담백함을 추가했다. 곤궁하게 살던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그나마 지역에서 많이 나던 콩을 주로 밥상에 올리게 했던 이황 선생의 어진 마음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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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양을 불리기 위해 콩을 넣어 반죽하고, 가늘게 뽑는 것을 미덕으로 하는 '무섬세면'은 낭비를 부끄러워한 의(義)를 상징한다. 또 퇴계선생이 소수서원의 제자들과 함께 나누어 드셨던 한 끼의 식사를 재현한 '선비밥상'은 예(禮)를 상징한다.

그 시절의 소박했던 밥상이 아쉬워 편육, 칠철판, 황태구이, 정곽, 가지와 산채나물, 인삼장아찌 등을 추가했다. 성리학의 대가라 해 자신만 따로 밥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과의 나눔 속에서 공경하고 양보했던 마음을 표현했다.

어르신의 생신에 맞춰 진수성찬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던 효(孝) 정신을 재현한 '생신상'은 사람의 도리를 아는 지(智)를 상징한다.

무섬마을이 위치하는 경북의 영주는 선비의 고장답게 유교 문화와 관련한 체험과 볼거리가 다양하다.

마을을 태극 모양으로 싸고도는 내성천과 고색창연한 고가들은 찾는 이로 하여금 옛날로 돌아간 듯한 행복한 착각을 선사한다. 선비촌에서는 해우당, 만죽재, 두암고택 등의 고가를 이용해 숙박과 다양한 유교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 마을과 함께 3대 물돌이 마을로도 유명하다. 인근에 있는 소백산 국립공원, 국보 제18호 부석사 무량수전,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의 명소다.

◆ 삼백년 종가의 음식, 강릉의 '서지초가뜰' = 창녕 조씨 명숙공의 종가댁에서, 농번기과 농한기에 일꾼들을 위해 대접하던 '일 바라지 밥상'이 오늘날에 재현된 곳이라 할 수 있는 강원도 강릉의 '서지초가뜰'.

이 곳의 대표 음식인 '모밥'은 모내기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나무 그늘아래에 차려졌던 순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밥상이다. 일꾼들의 몸의 부기를 빼주는 팥밥과 미역국, 마늘잎에 쪄낸 꽁치, 포식혜, 쇠미역 튀각, 두부찜 등이 나온다. 신분상으로는 아랫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수고로움을 나몰라 하지않았던 종가집의 정성을 가늠할 수 있다.

또 다른 메뉴인 '질상'은 모내기가 끝난 후 '질 먹는 날'이라는 잔치를 열어 대접하던 거한 상차림이다. 모를 내고 남은 볍씨로 가루를 내어 호박고지와 감고지, 팥, 콩, 쑥을 함께 넣어 시루에 쪄내던 씨종지떡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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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질상은 일종의 두레로, 모심기와 단오 후 논의 김매기를 끝내고 품삯을 계산하면서 일꾼들을 위해 집집마다 음식을 차려온 풍습이다.

종가집에서 대대로 내려온다는 '송죽두견주'를 밥상에 더하는 호사(豪奢)를 부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댓잎, 솔잎과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빚은 약주로 마실 때 진달래 꽃잎을 띄워 마신다고 해 송죽두견주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름 휴가철의 관광 1번지인 동해로 가는 관문, 강릉은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의 행렬이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정동진으로 가서 일출을 보고, 예술공원으로 이름난 하슬라월드에서 다양한 조각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코스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선생의 이야기가 깃든 오죽헌에도 들러 옛날 수학여행 때의 감흥을 다시 느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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