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면 소의초 교장 '초등독서의 모든 것' 펴내
지난 25일 소의초등학교에서 만난 심 교장은 독서교육의 문제점부터 지적했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었다 치고' 독후감을 쓰게 하거나 그림을 그리게 하는 활동, 또는 독서퀴즈대회와 같은 독후활동이 문제라는 것이다. 심 교장은 "이런 독후활동 위주의 독서교육은 주로 일회성 행사인데다가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줘 오히려 독서흥미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책 읽어주기'의 효과는 어떨까? 심 교장은 세 가지 장점을 소개했다. 첫째,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소리 듣는 능력'이 개발된다. 책 읽어주는 소리에는 음소, 어휘, 문장이 다 들어있다. 그리고 그 안에 지식과 이야기가 녹아 있다. 심 교장은 "음소인식기능이 발달하면 언어능력이 향상되고, 이는 곧 글쓰기, 읽기, 말하기 능력의 향상으로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셋째,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상상력이란 보이지 않는 것, 혹은 본 적이 없는 것을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떠올리는 것이다. 심 교장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K.롤링의 사례를 들었다. 작가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끊임없이 읽어줬으며, 할머니는 그녀가 상상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를 듣고 글로 써보라고 조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책과 함께한 어린 시절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책 읽어주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책을 직접 읽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다. 스스로 책을 찾아서 읽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심 교장은 2006년 미동초 교감으로 부임하면서 '책 읽어주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책 읽어주기' 후 가장 큰 변화는 책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심 교장은 "쉬는 시간을 활용해 도서실로 책을 빌리러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동초의 연간 도서대출통계를 살펴보면, 2005년에는 학생 1인당 대출권수가 14.2권이었으나 2009년에는 70.6권으로 급증했다.
'책 읽어주기' 이후 아이들의 듣기 태도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심 교장은 "듣기 훈련이 제대로 안 돼 있어서 주의가 흐트러지거나 활동을 방해하던 학생들의 수가 줄고, 태도가 좋지 않았던 학생들의 자세가 현저하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심영면 교장이 집필한 '초등 독서의 모든 것'에는 '책 읽어주기'가 왜 필요한지, 학부모들이 독서교육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은 무엇인지 짚어준다. 심영면 지음/꿈결/1만5800원
원본보기 아이콘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많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특성상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많은 양의 책을 읽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 교장은 "초등학교 시기에 책을 많이 읽으면 아주 쉽고 빠르게 독서의 양적·질적 팽창을 경험할 수 있다"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꾸준한 책 읽기를 통해 독서수준을 높여온 아이는 고학년이 되었을 때 읽을 수 있는 책의 종류나 수준이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알고 있는 만큼, 실제로 꾸준히 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좋은 독서습관은 곧 '독서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심 교장은 "초등학교 다닐 때 독서능력을 키운 학생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책을 즐기며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다"며 "평생의 독서 밑천을 쌓을 기회는 초등학생 시기"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