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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과거를 되돌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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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17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잃어버린 시간, 엉클어진 과거를 되돌리는 일은 고해 같은 자기 고백에서 시작한다. 마침내 강토(주원)는 목단(진세연)에게 자신이 도련님임을 밝히며 <각시탈>의 클라이맥스를 열어젖혔다. 살아만 있으면 단박에 자신을 알아 봤을 도련님이 짐승 같은 제국경찰 이강토일 리 없다며 부정하는 목단에게 강토는 “제발 나 좀 믿어”달라기 전에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뼈저리게 알”고 있다며 자성한다. 자신의 정체와 잘못을 고백한 강토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목단에게 담사리(전노민)의 탈출을 약속하고 동지들을 만나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려 한다. <각시탈>은 여기서 속도를 더 내 홍주(한채아)와 기무라 타로(천호진)로부터 자신을 구하고 피범벅이 된 각시탈의 탈을 목단이 벗기면서 강토의 아픈 고백의 실체를 맞닥뜨리며 절정에 이른다.

이로써 강토와 각시탈, 과거와 현재의 모든 관계가 드러났다. 여기에는 진흙탕 속에서도 두렵지만 잘못을 되돌리려는 강토의 결단이 있었다. 그는 똑같이 목단에게 “나를 믿어”달라 말하지만 자신이 제복을 입고 이 지경까지 온 것은 모두 “널 위해서” 한 일이라며 원망에 가까운 감정을 터뜨리는 기무라 슌지(박기웅)와는 다르다. 강토는 슌지처럼 자신의 결정을 누구 탓으로 돌리며 자기연민에 빠져 목단에게 투정너머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과거의 잘못에 발목 잡혀 단 한 발도 나가지 못한 채 자학하기 바쁜 것도 아니다. 대신 ‘순수의 시절’이 있고 그곳으로 회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잘못을 받아들이고 다음을 예비하는 방식으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뒤늦게라도 자신이 “짐승” 이강토였음을 아프도록 인정한다. <각시탈>에 성장의 서사가 있다면 개인의 삶을 파탄 내는 무자비한 제국 속에서도 인간은 반성을 도약대 삼아 전진한다는 것,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고통 속에서 한 인간이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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