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도 높지 않아 금리 인하효과 기대키 어려워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금융감독원이 저신용층의 신용등급을 세분화해서 서민들의 금리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과 관련, 금융권이 탁상행정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유사한 평가 시스템이 지난 2006년부터 존재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7월 현재 나이스신용정보가 분류ㆍ평가한 세부등급은 월 150만건 규모로 각 금융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은행 12곳, 카드사 10곳, 캐피탈 19곳, 저축은행 90여곳 등 대부분의 제도권 금융기관이 대출심사에 이 분류등급을 사용중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 등급만을 활용해 실제 대출이 발생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활용도 역시 미미해 대출승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된 데다가 금융당국의 충당금 기준이 엄격해 각 금융기관이 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의지 자체를 잃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은행의 가계대출 충당금 적립 비율은 '요주의' 채권이 7%이지만 '고정'으로 떨어지면 20%로 급등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7등급 이하는 그 사이에서 아무리 우량하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부실률이 높다"면서 "금융당국도 워낙 강력한 충당금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저신용층 대출에 대한 의지 자체가 크게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실무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당국이 강제하지 않는 이상 금리를 낮추는 효과는 없거나 미미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7등급 이하 저신용층이 가장 많이 대출을 받고 있는 대부업체와의 평가모형 연계도 이뤄지지 않아 실제 영향력에 대한 한계도 뚜렷하다. 지난해 말 기준 7등급 이하 저신용층의 대부업체 대출규모는 4조534억원 수준으로 6개월만에 8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박용욱 금감원 특수은행검사국장은 "아직 대부업체 쪽은 공감대 형성이 안돼있다"면서 "제도금융권에 대해서만 데이터를 가지고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대출자들에게는 소급적용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대출이 나가서 이자를 갚고 있는 고객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면서 "이미 성실하게 이자를 상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혜택을 줘야 하는데, 저신용자라는 이유만으로 금리혜택을 주는 방안은 실제 상황에서 잘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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