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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VIEW]기생충과의 '끝없는' 사투, 영화 '연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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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VIEW]기생충과의 '끝없는' 사투, 영화 '연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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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연가시'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재혁의 지친 일상으로 시작한다. 하루종일 '큰 손' 고객인 병원 원장의 부인과 아이들의 수발을 들고 돌아와 마주치는 가족의 모습은 재혁의 눈에 더욱 남루하다. 한 때 성공을 쥘 뻔했지만 주식 투자에 빠진 동생의 꾐에 넘어가 고꾸라진 재혁이다. 여기에 한강에서 떠오르는 의문의 시체들이 교차된다. 한국 전역을 강타한 의문의 질병과 재혁의 일상은 그동안 돌보지 못한 가족들 역시 감염자로 판명되며 겹쳐진다. 병의 원인은 기생충 '연가시'. 원래 곤충을 숙주로 삼아 기생하던 연가시는 어떤 배후에 의해 인체를 숙주로 삼아 창궐하기 시작했다. 가족을 살리기 위한 사투에 나선 재혁은 치료제를 찾는 과정에서 연가시가 퍼지게 된 미스테리를 풀어나간다.

전염병을 위기의 원인으로 끌어들이는 감염재난 영화는 한국에서 '연가시'가 처음이다. 일단 영화가 포섭하려 애쓰는 '바로 지금'이 흥미롭다. 연가시라는 기생충부터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것 중의 하나다. 연가시를 박멸할 수 있는 구충제를 생산하는 유일한 제약회사는 론스타 펀드에 팔려나간 것으로 설정돼 있고, 질병대책본부는 트위터 등 SNS를 타고 퍼져 나가는 혼란을 거듭 우려한다. 또한 연가시가 퍼져나간 원인은 결국 계층간의 갈등에서 동력을 얻는 음모론으로 처리되고 있다.
영화는 초반부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다. 단순히 짜증거리로 여겼던 가족의 미묘한 변화가 사실 감염 증세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달은 재혁의 충격과 전국 각지에서 속출하는 사망자들은 관객의 공포감을 착실히 키워나간다. 그러나 재혁이 본격적으로 사투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속도감을 잃고 주저앉는다. '연가시'는 잘 짜여진 서사로 미스테리의 핵심에 접근해가는 '지능적'인 영화가 아니다. 중요한 단서와 배경은 추리 싸움 없이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쉽게 밝혀진다.

그 대신 '연가시'는 감염재난의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갈증을 해결하려고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미친듯이 달려가는 감염자들의 모습과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현장을 한참동안 강조한다. 다만 비슷한 장면이 여러 번 반복돼 공포감과 긴장감이 쉽게 사그러든다. 재혁과 동생이 화재 현장에서 발버둥치는 장면도 비슷한 느낌으로 길다. 게다가 재혁은 마치 고전소설처럼 번번이 우연을 가장한 불운과 맞닥뜨리고, 관객이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을 설명 없이 반복한다. 비슷비슷한 패턴이 되풀이되는 와중에 영화는 클라이맥스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고지가 바로 저긴데' 김이 빠져 버린다.

'국내 최초 감염재난 영화'에 걸맞는 긴박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우나 한편으론 누구나 마음 편히(?) 볼 만한 팝콘무비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개봉은 5일.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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