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고민된다. 고기를 빼고는 먹을 게 드물다. 비빔밤 하나 먹으려 해도 잘게 부순 쇠고기가 깔려 있고 그 흔한 된장찌개에도 바지락이 들어 있다. 도무지 육식을 피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도 그렇다. 육식을 하지 않고 비즈니스, 교제, 업무를 해나가기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물며 가까운 친구들도 외면할 지경이니…. 따지고 보면 당신이 쓰는 영업보고서는 물론 실적, 사람관계, 생계에 필요한 돈이 다 육식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다. 적어도 현재의 생활방식을 버리지 않는 한 육식은 불가피하다. 당신은 지방 섭취 즉 육식을 피할 수 있거나 선택할 수 없다. 틀린 말인가?
그 애는 지방 덩어리를 역겨워하고 혐오스러워하고 기피한다. 그리곤 먹는다. 먹고 나선 온갖 다이어트에 열중하지만 몸무게는 결코 줄지 않는다. 이 땅의 어린 딸들이 살과의 전쟁을 치르는 광경은 이제 어디서나 흔한 모습이다. 비키니를 입은 말라깽이들이 해변을 날뛰고,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젓가락 같은 몸매의 소녀들이 노래하고 춤춘다. 말라깽이를 숭배하는 태도 또한 가히 종교적이다. 모두들 몸속의 지방에 대해 증오감 일색이다. 어린 소녀들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여긴다. 그 애들은 스스로 죄의식에 빠졌다.
어른도 지방을 빼기 위해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의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지방제거 종사자는 늘고 다이어트 산업은 더욱 뚱뚱해졌다. 각종 저지방ㆍ다이어트 음식료가 판친다. 다 비만의 원흉들이다. 사람들은 비만의 죄의식을 감추기 위해 저지방식품을 사 먹는다. 몸에서 지방을 쥐어짜기 위한 학대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것은 없다. 왜 오늘날 지방과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가? 물론 비만이 각종 병의 원인이 되고는 있다. 그렇더라도 비만 혹은 과도한 지방 섭취가 죄의식으로 변모한 것은 일찍이 유례가 없다.
이규성 사회문화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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