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의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廟)에' 중에서
계월향이여, 그대는 아리따웁고 무서운 최후의 미소를 거두지 아니한 채로 대지의 침실에 잠들었습니다. 나는 그대의 다정을 슬퍼하고, 그대의 무정을 사랑합니다.
한용운의 '계월향에게' 중에서
■ 논개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빼앗은 왜장들이 촉석루에서 술자리를 가질 때에 참석했다가 장수 케야무라(毛谷村)를 껴안고 남강으로 뛰어들어 함께 죽은 그 기생이고, 계월향은 왜장 고니시(小西行長)의 한 부하 장수가 평양 연광정에 주둔하고 있을 때, 오빠를 만나고 싶다며 김응서장군을 끌어들여 적장의 머리를 베게 했던 기생이다. 남자들도 쩔쩔 매고 혼비백산하던 그 무렵에,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두 여인은, 일제시대 또다른 왜란 속을 걸어가는 만해에게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인이었다. 그녀들을, 이 시인은 기꺼이 애인으로 삼았다. 만해가 종교적 신념까지도 넘어설 만큼 귀하게 여겼던 애국이라는 가치를, 우린 얼마나 높이 두고 있을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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