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한용운의 '한강에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술 싣고 계집 싣고
돛 가득히 바람 싣고
물 거슬러 노질하야
가고갈 줄 알았더니
산 돌고 물 굽은 곳에서
다시 돌아쳐오더라

한용운의 '한강에서'

■ '2차 필수'를 자랑하는 서울 모처의 어느 술집에서 '신밧드의 모험'을 즐긴 풍경이나, 패를 노려보는 도박판 스님들의 영상을 놓고, 명망가 수행자들이 이판사판으로 멱살을 잡는 2012년 '석탄일' 부근, 이 땅의 불교 전체의 면목을 무참하게 만드는 슈퍼망신살 속에서 읽는 만해(萬海)는, 그래서 조금 더 아프다. 물 거슬러 노질할 땐 뒤탈 없이 끝까지 갈 줄 알았겠지. 산이 돌고 물 굽은 자리에서 돌아오는 후배들을 보며, 만해는 쯧쯧쯧 끌탕을 치고 있으리라. 춘정을 발동하고 '서양화'를 쪼아보니 좋더냐? 그러나 만해도 춘화(春畵)를 보며 껄껄거릴 줄 알았다. 시도 남겨놓았으니 감상하시라. "따슨 볕 등에 지고/유마경 읽노라니/ 가벼웁게 나는 꽃이/글자를 가리운다/구태여 꽃 밑 글자를/읽어 무삼하리오."(만해의 시조 '춘화')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