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구채은 기자] # "고객님은 대기 번호가 늦어 오늘은 상품을 드릴 수 없습니다. "
지난 17일 지식경제부는 백화점 3사의 4월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소비자들도 점원들도 점원들도 '명품에 불황이 왠말이냐?'는 반응이었다. 이날 구찌 매장에서 만난 정 모씨(28ㆍ여)는 "솔직히 여자는 백, 남자는 시계가 아니냐. 명품백도 자기관리의 차원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경기상황과 관계없이 명품을 선호한다."며 "비싸게 사더라도 재고가 없고 귀한 제품이면, 중고매장에서 쏠쏠하게 되팔 수도 있는 게 명품"이라고 말했다.
실제 몇몇 매장에서는 '상시호황'인 명품시장의 분위기를 증명하듯 대기자로 등록해야 살 수 있는 가방이 있었다. 펜디 매장의 경우 250만원대 블랙 카멜레온 보스톤 백이 아시아전체에서 품절된 상황이었다.
팬디 매장 관계자는 "지금 대기번호를 걸어놓아도 넉넉잡아 두 달 정도 잡고 기다려야 상품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이비통 매장 관계자도 "대기자가 있는 상품은 없지만, 대기를 오래 걸어둘 수 없을 만큼 인기 있는 상품이 너무 많다"며 "워낙 사려는 사람이 많고 물건은 적기 때문에, 있을 때 팔고 없으면 그냥 끝이다"라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별 '대표' 상품의 수요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0만원대 샤넬의 '2.55백', 177만원대 구찌의 '재키백', 280만원대 루이비통의 '블레아백'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기본라인 제품들의 매출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루이비통 매장 관계자는 "대체로 명품백을 처음 구입하는 사람들이나, 명품백 하나를 오래 쓰는 중산층이 혼수예물이나 특별한 날 선물로 구입하는 제품은 기본라인이다"며 "이런 대표 기본라인의 매출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을 봐도, 경기변동에 민감한 중산층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뱀가죽이나 악어가죽으로 만든 1000만원대 상당의 상품이나, 시즌 마다 나오는 라인들을 제외한, '기본라인' 명품들에 대한 수요변동이 크지 않는 점이 명품시장이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얘기다.
중고명품매장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고명품매장 '구구스' 관계자는 "브랜드의 인기에 따라 팔리고 안 팔리고 차이가 있을 뿐이지, 경기불황이라고 해서 명품 수요나 공급에 큰 변동이 있진 않다"며 "중고명품의 시세가 경기변동과 관계없이 다 거기서 거기인 점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영세 중고명품시장을 운영하는 최 모씨는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려하는 사람이 없으면, 중고명품시장에 와서 명품을 내놓는 사람도 없기 마련"이라며 명품시장과 중고명품시장의 거래상황이 반비례 형태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고명품시장은 경기변동과 관계없이 명품에 소비의욕이 있는 단골수요층이 중심이어서 경기 영향도 덜 받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7일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통계가 명품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샤넬이 지난해 5월1일자로 상당수 제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하는 계획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사재기 열풍'이 있었다"며 "이에 비해 올 4월엔 명품부문에서 특별한 행사나 구매유인이 없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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