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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D H 로렌스의 '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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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들판은 흩날리는 눈발로 온통 잿빛이더니/지금은 가장 긴 풀잎도 모습을 볼 수가 없다/하지만 그녀 깊은 발자국이 눈 위에 찍혀/흰 언덕 끝 솔숲으로 이어져 있네 (……) 왜 그녀는 그토록 급하게 오는 것일까/피할 수 없는 이별에 더욱 가까워질 뿐임을 뻔히 알면서도/언덕길은 가파르고 눈 위의 내 걸음은 더디다/왜 그녀는 오는 것일까 내가 해야할 말이 뭔지 알면서도

D H 로렌스의 '겨울이야기'

■ 폭설이 내린 날, 이별의 말을 해야하는 남녀의 만남. 하늘도 이 사건을 미루고 싶었는지 마을과 숲을 온통 눈으로 덮었는데, 그녀는 굳이 그 어려운 길을 뚫고 온다.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알 수 없는 그런 때.가 있는 것일까. 약속은 약속이니 헤어지는 마당에라도 그것이 지켜지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일까. 브레히트는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물고기는 죽은 고기다"라고 말했다. 목숨이란 운명에 반역하여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내는 힘이라는 얘기이리라. 하지만 과연 그렇기만 한 걸까. 청마 유치환은 어떤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로렌스의 그녀는 대체 왜 그토록 결연하게 이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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