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영되고 있는 '화차'라는 영화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살인과 실종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범죄영화는 아니다. '왜 여주인공이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초점을 맞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녀는 아버지가 진 사채 때문에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불법 신체포기 각서를 쓰고 사창가를 전전하다가 아기마저 잃게 된 후 자신을 추적하는 사채업자 조직을 피해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했던 것이다. 사람을 죽이고 지옥으로 향해 달려가는 '화차(火車)'에 올라탄 젊은 여성을 그린 이 영화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끔찍한 죄의 무게에도 그 상황에 대해 관객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뜻일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 때문에 한국 경제가 곧바로 좋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고금리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한계 상황에 몰린 대출난민들은 결국 스스로는 헤어날 길이 없는 '절대빈곤층'의 벼랑에 내몰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층은 외환위기 당시 이미 14%를 넘었다. 여기에 갑자기 불어난 대출난민까지 새로운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면 정부가 어찌해 볼 수 없는 어려운 사회적 불안 상황이 야기될 수도 있다. 대출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제적이고도 종합적인 대책이 절박하게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첫째, 제2금융권과 대부업계 돌려막기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대출난민의 이자를 낮추고 상환을 장기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 등 몇 군데 기관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업무량이 많고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자체와 협력하여 금융난민을 더 많이 수용하는 방안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금융약자 계층에 대한 약탈적 대출을 규제해야 한다.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이 너무나 뻔한 사람에 대한 금융사의 고금리 대출은 그 자체로 사회적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 대출난민을 양산할 뿐 아니라 금융사에도 치명적 위험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결국 또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