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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왕세자>, ‘명작극장’과 <비틀즈 코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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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왕세자> 1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주먹 한 가득 움켜쥐었지만 결국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빠져나간 모래알 같았다. 시도 때도 없이 조선과 현대,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고 그 안에서 수많은 사건들이 제멋대로 뒤엉킨 채 첫 회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모든 것이 넘쳐났기 때문에 오히려 뚜렷하게 기억나는 캐릭터도, 임팩트 있게 각인된 사건도 없었다. 난데없이 자신의 거실에 앉아있는 왕세자 이각(박유천)과 그의 심복들을 향해 연신 “누...누구야, 당신들?”이라고 외친 박하(한지민)처럼, <옥탑방 왕세자>의 정신없는 전개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였다.

조선의 왕세자 이각(박유천)과 현대의 재벌후계자 태용(박유천), 동생 부용의 얼굴에 화상을 입히고 동생 대신 세자빈 자리를 꿰찬 화용(김소현)과 부모님 몰래 의붓동생 박하를 버린 세나(김소현)는 300년을 사이에 두고 비슷한 인생을 산 인물이다. 조선에서는 세자빈이 연못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현대에서는 사촌형과 몸싸움을 벌이던 태용이 바다에 빠지는 등 발생하는 사건의 형태도 유사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300년을 거슬러 서울에 불시착한 이각에게 코믹한 캐릭터와 혼란스러운 상황을 부여하기 위해 전혀 다른 두 시대에 비슷한 인물과 사건을 심어놓으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옥탑방 왕세자>는 첫 회의 기본적인 역할을 망각한 채 두 시대의 닮은꼴을 보여주는 것에만 집착했다. 이쯤 되면 드라마 한 편을 20분으로 압축시킨 MBC <해피타임> ‘명작극장’을 보는 건지, 전혀 관련 없는 두 사람의 평행이론을 입증하려는 Mnet <비틀즈 코드>를 보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앞으로 세자빈을 닮은 세나(정유미)를 만나고 자신을 닮은 태용의 존재를 알게 될 이각의 옥탑방살이가 더욱 쫄깃해지기 위해서는 사건보다 캐릭터 만들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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