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화의 시대는 끝났다. IT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던 잡스가 사라진 지금 '포스트 잡스' 시대의 향방은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다. 더 이상 잡스를 모방하고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포스트 잡스, 잡스가 멈춘 곳에서 길을 찾다(이하 포스트 잡스)'는 잡스가 남긴 '유산'을 정리하고 기업이 생존을 꾀할 수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는 기획 아래 만들어진 책이다.
국내 기업과 애플을 견주는 부분도 흥미롭다. '왜 애플 마니아는 있는데 삼성 마니아는 없을까'처럼 직접적인 질문이 나오고, '삼성은 티나게 베껴서'라는 적나라한 답이 뒤따른다. 사실 삼성이 출시하는 수많은 제품 중 '베낀' 제품은 극소수지만 소비자는 부정적 이미지를 먼저 기억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아무리 매출 1등이 되어도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지요.(김재범, 246쪽)" 뒤이어 디자인, 공학, 경영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한 데 아울러 창의적 발상을 이끌어내는 '디자인 씽킹', 위험 부담이 높으나 큰 보상이 뒤따르는 '탐색'전략과 안전하되 보수적인 '활용' 전략의 조화가 기업 생존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된다.
네 명의 토론자들이 국내외 기업을 거론하며 '난상토론'을 벌이는 만큼 빠르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잡스의 경영 방식이나 혁신성에 대해서는 기존의 책과 차별화되는 분석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책 속에서 잡스는 기업이 아무리 '전략'을 쥐어짜낸들 따라잡을 수 없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잡스 이후의 애플에 대해 '전략이 중요하겠지만, 잡스를 느끼게 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실패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부분에서는 스티브 잡스라는 '거인'과 마주한 토론자들의 난감함이 느껴진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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