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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가 130달러' 기정사실화… 사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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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고유가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가 달라졌다. '국제유가 배럴당 130달러' 시대를 기정사실화 하고, 양방향에서 기름값 잡을 궁리를 하고 있다.

단기 대응책은 유류세 환급과 기름값에 붙는 탄력세율 조정이다. 정부는 화물차 운전자나 장애인 등 생계나 이동권을 위해 차량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전용카드를 발급하거나 바우처를 주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기존 주유소를 정부 주도의 알뜰주유소로 바꾸기 위한 자금 지원도 병행한다. 소비자 가격을 구조적으로 낮춰보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유가구조개선기금을 조성해 기존 주유소들이 정유사에 진 외상값을 갚도록 돕거나, 석유공사와 외상거래가 가능하도록 보증을 서주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의 자세가 달라진 건 국제유가의 흐름이 심상치 않아서다. 연초 105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정부는 지난 달까지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국제유가가 5거래일 동안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야 유류세 선별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이런 원칙을 확인하며 "(요건이 될 경우)내려도 선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짐짓 여유를 부린 건 이 문제가 시간 싸움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정부는 국제유가가 130달러 수준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와 이란의 대치에서 비롯된 단기적 공급 충격이 3월 이란 총선 이후엔 잦아들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경기 둔화로 수요 압력이 적다는 점도 믿는 구석이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국내에서 주로 쓰는 두바이유 현물 기준 유가는 지난달 23일 배럴당 120달러 선을 넘어섰고(120.22달러), 3월 들어서도 1일(119.64달러) 하루를 빼면 내내 120달러 위에서 움직였다.

상승폭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3월 2일 122.25달러였던 가격이 8일에는 123.29달러로, 13일에는 124.21달러로 올라섰다. 정부가 비상대응계획을 '경계' 수준으로 격상하는 유가 기준(130달러)과 격차가 6달러 안쪽으로 좁혀졌다.

심상치 않은 국제유가에 정부는 결국 '유가 130달러 시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자세 전환이 감지된 건 지난 7일부터다. 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 정책 대담을 통해 "과거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 큰 효과가 없어 세금을 깎고도 오히려 욕먹은 사례가 있다"고 했지만 "서민 부담 완화와 함께 상황을 봐가며 탄력세율을 낮추는 방안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에 따라 화물차 운전자나 장애인 등 생계와 기본권을 위해 차가 꼭 필요한 계층에 유류세를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환급카드가 됐든 바우처가 됐든 2008년처럼 돈 쓰며 욕 먹는 상황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지급 방식이라기 보다 정부가 이런 대책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시점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휘발유 공급가 자체를 낮추기 위한 구조 개선 작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재정부와 지식경제부·금융위원회는 신용보증기금 등 국책보증기관이나 석유공사의 재원을 바탕으로 '유가구조개선기금'을 마련해 기존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유사와 전속 구매계약을 맺은 폴 주유소들이 정유사에서 외상으로 받은 기름값을 갚지 못해 알뜰주유소로 전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기금을 통해 이런 주유소들을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외상거래를 하지 않는 석유공사와 알뜰주유소가 신용거래를 할 수 있도록 기금이 보증을 서는 방식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이 작업을 위해 이미 기존 정유사들로부터 1만배럴 규모의 기름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만 "길어야 3주 안에 기름을 팔면 회수할 수 있는 외상 채권과 달리 기존 주유소의 부채 전부를 탕감해 줄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각종 거래 과정에 생긴 기존 주유소의 부채를 완전히 털어내는 데까지 기금이 지원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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