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지가 거지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은, 경계를 넘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쥐고있는 것들을 놓아버리는 경계. 죽을 때까지 놓지 못하는 걸 살아있을 때 놓아버린 자의 고요. 드디어 희망이나 내일이 간섭하지 않는 그 경계. 문인수는 개처럼 뛰어다니던 생이, 문득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 고요히 쉬는, 완전한 휴가를 발견한다. 의자에게는 한 평생 '필요'가 그의 자랑이었지만 실은 그 '필요'가 그를 목줄 달아 끌고 다녔다. 필요없는 몸이 되니 비 맞아도 젖은 게 아니다. 우린 죽기 전에 이런 폐품의 상태가 필요한 게 아니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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