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약혼녀 선영(김민희)이 감쪽같이 증발해 버리자 남겨진 문호(이선균)는 황망하기만 하다. 그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지만 흔적을 쫓을수록 문호가 마주하는 선영의 모습은 자신의 기억과 어긋나기만 한다. 사촌 동생 문호의 부탁으로 선영을 추적하기 시작하는 종근(조성하)에게도 그녀의 흔적은 희미하다. 그러나 사랑했던 선영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강박에 시달리는 문호와 전직 형사로서 비밀을 파헤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종근은 지워진 발자국을 따라가듯 숨겨져 있었던 선영의 실체를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10_LINE#>
그녀를 믿지 마세요. 미워도 마세요
“인생 조지고 싶어?” 선영의 행방에 집착하는 문호에게 종근은 포기할 것을 권하며 그렇게 말한다. 누구도 그런 결과를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손 쓸 겨를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는 것이 세상일이다. 그리고 영화 <화차>는 운수 나쁘게도 인생을 ‘조져버린’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따라간다. 갑자기 약혼녀를 잃어버린 이유를 알지 못해 괴로운 문호나 뇌물수수로 직업을 잃고 터닝 포인트를 잡지 못해 어려운 종근에게 선영은 일단 도달해야 할 부표와 같은 것이다. 달리 따라갈 것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사실 선영이야말로 타의에 의해 얼마나 인생이 망가질 수 있는가를 가장 절실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허우적거릴수록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세상의 바닥이 늪이라고 말한다. 겉으로 들여다봐서는 그 속을 알 수도 없고, 대강 손을 넣어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공포와 슬픔이 이 세계의 발치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