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블록버스터라는 용어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8년 안성기ㆍ추상미 주연의 '퇴마록'이다. 제작비 수준을 능가하는 마케팅 비용의 투입과 개봉 첫 주말 상영관의 최대 확보 거기에 당시에는 생경하던 컴퓨터 그래픽(CG)의 적극적인 도입 등 거대한 규모를 지향하는 블록버스터의 3대 원칙을 충족시킨 '퇴마록'은 개봉 첫 주말 3일 동안 순 제작비 15억 원을 모두 회수하는 대성공을 일궈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무덤에서 다시 살려낸 것은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나란히 개봉된 두 편의 영화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당시로서는 최대인 100억 대 제작비에 설경구, 정재영, 장동건, 원빈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거기에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쾌감을 안겨주는 매끈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하고 한국에서는 '전설'의 숫자인 전국 100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9년 개봉된 '해운대'와 '국가대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판(再版) 역할을 해냈다.
2012년의 경우는 어떨까. 모두가 익히 아는 것처럼 한국 영화계는 지난해 개봉한 두 편의 블록버스터 '7광구'와 '마이 웨이'의 흥행 참패로 두 번째 쇼크를 경험 중이다. 한국 최초의 IMAX 3D 영화라는 훈장을 달고 '7광구'는 전국 관객 수 224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만족해야만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부활시켰던 '마이 웨이'의 결과는 참혹하다. 한국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마이 웨이'는 '7광구'의 성적도 넘어서지 못하고 몰락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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