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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한국 블록버스터, 기본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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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언제부턴가 한국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쓴다. 원래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이 사용한 4.5톤짜리 폭탄의 애칭으로, 한 구역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위력을 지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영화로 넘어와서도 그 뜻은 통한다. 제작비 규모가 크고 유명 배우가 등장하며 막대한 흥행 수입을 올리는, 특히 매표 매출액이 큰 영화가 주로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국에서 블록버스터라는 용어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8년 안성기ㆍ추상미 주연의 '퇴마록'이다. 제작비 수준을 능가하는 마케팅 비용의 투입과 개봉 첫 주말 상영관의 최대 확보 거기에 당시에는 생경하던 컴퓨터 그래픽(CG)의 적극적인 도입 등 거대한 규모를 지향하는 블록버스터의 3대 원칙을 충족시킨 '퇴마록'은 개봉 첫 주말 3일 동안 순 제작비 15억 원을 모두 회수하는 대성공을 일궈냈다.
언제나 블록버스터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아 유 레디?' '내츄럴 시티' '예스터데이' 등 대규모 블록버스터들의 잇단 흥행 참패는 순식간에 한국 영화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묻지마 투자' 수준으로 충무로에 들어온 돈들이 일제히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이 즈음의 일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무덤에서 다시 살려낸 것은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나란히 개봉된 두 편의 영화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당시로서는 최대인 100억 대 제작비에 설경구, 정재영, 장동건, 원빈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거기에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쾌감을 안겨주는 매끈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하고 한국에서는 '전설'의 숫자인 전국 100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9년 개봉된 '해운대'와 '국가대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판(再版) 역할을 해냈다.

2012년의 경우는 어떨까. 모두가 익히 아는 것처럼 한국 영화계는 지난해 개봉한 두 편의 블록버스터 '7광구'와 '마이 웨이'의 흥행 참패로 두 번째 쇼크를 경험 중이다. 한국 최초의 IMAX 3D 영화라는 훈장을 달고 '7광구'는 전국 관객 수 224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만족해야만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부활시켰던 '마이 웨이'의 결과는 참혹하다. 한국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마이 웨이'는 '7광구'의 성적도 넘어서지 못하고 몰락했다.
두 영화의 실패를 놓고 충무로 안팎에서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빈약한 이야기와 기술적 한계 등에 달라진 관객의 취향을 간과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전국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하며 유일한 한국 블록버스터 성공작이 된 '최종병기 활'을 떠올리자. 기본에 충실한 것이 언제나 정답이다. 속 없는 껍데기는 금방 탄로가 난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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