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오히려 15% 정도 떨어졌습니다.(상인)"
"어? 제가 보고 받은 걸로는 배랑 사과 값이 다 많이 올랐다던데."
"에이, 작년에 45000원하던 배 상품(上品) 한 상자에 3만8000원정도 하는데요. 사과도 많이 오르진 않았어요. 매스컴이 문젭니다. 싸졌는데 자꾸 비싸다고 하니까 손님이 지레 안와버려요."
'앓는 소리' 일색일 거라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건어물 가게에선 "(손님 수가)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고, 기름집에서도 "경기는 좀 타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상인들의 담담한 반응에 박 장관이 외려 '그래도 경기가 나쁘지 않으냐'며 유도심문을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부시장은 도매상이 많은 곳이다. 가게마다 단골 손님이 있고, 대형 트럭도 진입할 수 있게 진입로도 잘 터놨다. 과천 청사와 가까워 '정부 덕'도 본다. 때 되면 각 부처 장관들이 온누리 상품권을 들고 나와 대량으로 설 선물을 사주는 덕에 지난해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온누리 상품권을 제일 많이 받은 시장에 꼽혔다. 그러니 정부가 실물경기 둔화를 공인한 지금, '남부시장의 반전'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닐터다.
하지만 장관이 집무실에 앉아선 감 잡을 수 없는 배 시세 이야길, '거기'선 들을 수 있었다. '어렵다' '비싸다' 정부와 언론, 정치권이 상투적으로 내뱉는 표현들이 되레 장사를 망쳐놓는다는 사정도 현장에 가기 전엔 몰랐던 일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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