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제 주택 문제가 해소된 것처럼 보인다. 주택 수요보다 공급 물량이 많으니 앞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오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따라서 더이상 공급 확대 정책이 불필요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우선 주택 수 산정이 과대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주택이라는 말이 창피할 정도의 낡은 집들도 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지하에 있는 집이 전체 주택의 3%에 이른다. 옥탑방 등 옥상에 있는 주택도 0.3%나 된다. 아예 부엌이 없거나 재래식 부엌인 주택이 1.5%에 달하고 목욕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주택도 1.6%나 된다.
절대 주택 수에 있어서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363.8채로 2005년(330.4채)보다 33.4채 늘었지만 미국(2010년 409.8채)이나 일본(2005년 450.7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쳤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증가세를 보이던 수도권 자가주택 보유율은 최근 2년간 큰 폭으로 감소(2006년 56.8%, 2008년 56.6%, 2010년 54.6%)했다.
주택시장의 거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07년까지는 집값이 오르고 공급도 늘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았지만 이후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에 나서게 하려면 주택 공급 활성화와 대출 여건 완화, 집값 상승 기대감 등 3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하나도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다. 매매 수요보다 전세 수요가 많으면 전ㆍ월세시장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주택 정책은 시장 원리로 접근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최선책은 '주택 수급의 안정'과 '거래 활성화'이다. 주택 수급을 감안하면 연간 45만채가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공급 실적은 이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시장 침체 영향이 가장 크지만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규제도 한몫했다. 원활한 주택 공급이 절실한 때다. 아울러 수요 진작과 거래 활성화 대책도 필요하다. 그래야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ㆍ월세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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