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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론스타, '법대로' 아니라 '법을 제대로' 적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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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5조원이 남는 장사를 하고 한국에서 유유히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론스타가 주가를 조작했다고 대법원이 판결하자 정부는 은행법 규정에 따라 '조건 없는' 주식 강제매각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 론스타 사태는 종결될 것인가.

정부는 법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서 단지 주식매각 명령만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론스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주당 8000원 정도인 주식을 70%나 비싼 1만3500원에 하나은행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법을 위반해서 그 벌로 주식을 매각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몇 조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국민에게 납득시킬 것인가.
사실 그간 론스타는 한국 시장을 떠나고 싶어서 정부에 매각승인 결정을 해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번 재판이 있고 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등을 떠밀면서 시가보다 훨씬 비싸게 팔게 해줄 테니 나가 달라고 오히려 사정을 하는 꼴이 되었다.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게을리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비싼 수업료를 지급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여러 측면에서 재고돼야 한다.

첫째,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지 법을 해석하는 기관은 아니다. 법의 해석은 사법부의 몫이다. 정부는 사법부의 결정 취지에 맞게 시장에서 매각하라고 명령하고, 론스타는 이에 이의가 있으면 소송을 제기하여 자기 이익을 찾으면 될 일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게 당연한 절차이다. 성실한 사업가는 최선을 다해 보호해 주되 죄를 범한 악의의 투자자를 상식 이상으로 보호한다는 것은 과공(過恭)을 넘어 무책임하고 주제넘은 일이다.

둘째, 복잡한 경제현실 모두를 법 규정에 담을 수는 없다. 이 경우 법학에서는 조리(條理) 또는 관습법이 법원(法源)이 된다. 상식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도 된다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근거가 그러했다. 범죄를 저지른 투기자본에 대해 주식 강제매각 명령을 내려 금전적 부담을 주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이고 일반인의 상식과 통한다. 그런데 정부의 이번 결정은 결과적으로 징벌이 아니라 금전적 특혜를 준 셈이다. 그러니 시중에 별로 유쾌하지 않은 소문이 무성하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꼴이다.
셋째, 론스타는 벨기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비정상적 방법으로 우회 투자했고 그 결과 조세포탈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 과정에서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이 관여했을 것이다. 이 경우 조세범처벌법 제9조는 '납세의무자(론스타)로 하여금 과세표준의 신고를 거짓으로 신고하게 한 자(변호사 등)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부가 론스타 처리를 '법대로' 할 요량이라면 론스타뿐 아니라 '론스타와 관련된 이들'도 조사해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사회가 아닌가.

넷째, 론스타의 외환은행 펀드 가입자에 대한 세무조사다. 믿고 싶지 않지만 론스타 펀드 가입자 중 일부는 '외국인을 가장한 노랑머리 한국인'이라는 소문이 있다. 세법은 내국인의 해외소득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ㆍ미 조세조약 제28조에 따르면 '국내법의 시행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세금 정보를 넘겨받아 '노랑머리 한국인'이 납세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조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이번 결정은 법문에 충실했다고 할지는 몰라도 경제현실이나 국민의 법 상식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 이하의 결정을 한 모양이 되었다. 이미 비싼 수업료는 지불했다. 따라서 법대로가 아니라 법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자.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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