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늘 발표된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보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국내외 기관들이 대부분 내년 성장률을 4% 아래로 낮춰 잡는 판에 정부만 홀로 올해 성장률(4.5%)과 비슷하게 보는 등 낙관적이다. 지금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 선이 코앞인데 내년 평균환율을 1070원으로 예상한다. '일자리 예산'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4대 핵심 일자리 확충 사업이란 것들이 새로운 게 없고 구체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이번 2차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정치상황이 달라 국민의 걱정을 더한다. 과거 위기 때는 정권 초기로 국민의 지지율이 높았지만 지금은 정권 후반의 레임덕 현상을 빚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정전대란, 저축은행 부실감독, 잇단 비리의혹 등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도 심각하다.
이번 위기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이중 경기침체(더블딥)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은 현 상황을 경제비상으로 규정하고 비상한 각오로 당ㆍ정ㆍ청의 위기관리체제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내가 대통령이면서 위기 두 번 맞는 게 다행"이라는 스스로의 발언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대통령은 최고사령관, 장관은 야전사령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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