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는 기업에 대한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세금을 줄여주면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투자가 촉진되며 고용증대와 소비증가로 이어져 2~3년 뒤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MB정부 임기가 3분의 1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토로하고, 청년층의 고용시장 여건 또한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감세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감세정책의 연장선인 기업친화 정책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친서민정책→공정사회 추구→공생발전'으로 이어진 MB정부의 정책이 결국 기업과 기업주의 '양보'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무현정부 시절 도입을 검토했다가 위헌 소지가 있어 접어둔 재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도입 추진은 기업친화 정책과 더욱 거리가 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MB정부가 '기업 친화 정책(business friendly)'과 '기업주 친화 정책(business ownership friendly)'을 구별하지 못한 탓이다.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에 대해서는 그리 반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해주면 배당유보소득이 증가하여 결국 기업주의 배당소득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도 계속 공정사회, 공생발전, 747 등과 유사한 정치적 구호를 외칠 것인가. 여당이나 야당 가릴 것 없이 다음 정권 획득을 위해 복지사회 구현을 부르짖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정부재정 지출은 어찌 감당할 것인가. 지금처럼 빚을 얻어 일단 4대강 사업을 마무리하고 이를 갚는 것은 다음 세대로 넘길 것인가.
모름지기 국가가 잘되어야 기업도 잘되는 법이다. 세계적인 부호 워런 버핏을 포함한 미국과 서유럽 국가의 부자들은 국가재정을 걱정하면서 스스로 자신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그래서 미국 오마바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이른바 '버핏세'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과문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재벌 중에서 국가부채를 걱정해 증세를 하자고 주장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복지 확대를 거론하려면 마땅히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복지는 하되 재원 마련은 다른 정부지출을 줄여 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다. 국방비 등 경직성 경비가 많은 우리나라 예산 구조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고소득 기업주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율 35%가 높다고?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영국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박지성은 소득의 50%를 세금으로 낸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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