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22일 HP 이사회가 레오 아포테커 HP 최고경영자(CEO)를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하고 현재 HP 이사인 휘트먼을 후임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레이 레인 이사회 의장은 “지금 HP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으며 시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영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휘트먼은 검증된 기술적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며 지난 8개월간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HP의 제품과 시장에 대해 충실한 이해를 보였다”고 말했다. 휘트먼은 “HP는 미국 IT업계와 전세계에 중요한 기업이며 이를 이끌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휘트먼은 오늘날 이베이의 성공을 일궈낸 주역이다. 처음 이베이의 인력은 30여 명, 매출 규모는 8600만 달러였다. 휘트먼은 CEO로 취임한 뒤 5년 동안 경매사업 확대에 주력하다 2002년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했고 주가는 계속 치솟았다.
재임 후반기에는 아마존닷컴 등과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고 2005년 25억달러에 인수한 인터넷전화업체 스카이프가 14억달러로 가치가 떨어지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러나 2008년 3월 그녀가 회사를 떠날 때 직원 수는 1만명, 매출은 77억달러로 불어나 있었다.
이후 그녀는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녀가 설립한 자선재단은 이번주 실리콘밸리의 차터스쿨(공적 자금을 받아 교사·부모·지역 단체 등이 설립한 학교)에 5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전기작가 존 플라이쉬먼은 “주지사 선거 패배는 마치 태양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것과 같다”면서 “기업인 사회에서 그녀의 이미지는 언제나 높은 평가를 받아 왔기에 국정운영에서도 적임자가 될 수 있음을 내세웠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HP는 주력인 PC시장의 성장부진과 리더십·방향성 부재라는 악재가 겹치며 올해 주가가 40% 넘게 떨어지는 등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2000년대 초반 칼리 피오리나라는 걸출한 여성 CEO 아래 조직을 일신했던 HP가 두번째 여성 CEO 휘트먼을 맞아 다시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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