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이승종 기자]# 경기도 시화공단에 있는 중소 가전업체 A사는 올해 추석 연휴에 이틀을 더 쉬기로 했다. 최근 가동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져 비용절감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외국인 직원을 위한 행사도 이번 추석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이 회사 대표 B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명절에 특별히 갈 곳이 없는 외국인 직원을 위해 회사에서 차례를 지내고 선물도 준비했지만 올해는 여건이 안 좋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중 가장 큰 대목이라는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내수시장이 몇년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시장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다.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원자재가 부담은 늘고 자금줄 역할을 할 금융권도 갈수록 깐깐해지는 양상이다. 정부도 서민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선 "일회성 도움으론 해결하기 힘들다"며 회의적인 반응 일색이다.
추석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건 최근 몇년새 같은 통계에서 드러난다. 2009년과 2008년에는 추석이 있는 달이면 경기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 지수가 10 포인트 이상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2포인트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실물경기가 오랜 기간 부진한 까닭에 추석이라고 해도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실제 기업들의 체감도를 나타내는 업황실적지수는 더 안좋다. 지난 4월 92로 최고수준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떨어져 지난달에는 83.9로 조사됐다.
생산을 위한 원자재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다 금융권 대출이 여의치 않아진 점도 부담이다. 수입업협회에 따르면 주요 금속·섬유·유화원료 등 주요 원자재 56개의 가격은 지난달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평균 27% 이상 올랐다.
정부가 최근 가계대출을 중단한 일 역시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겐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다음 대상은 자신들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소규모 IT업체에 있는 한 담당자는 "최근 금융권 대출한도가 줄고 심사가 까다로워져 추가대출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에 있는 한 중소 금형업체 대표도 "대기업 상당수가 추석 전에 대금지급을 마치겠다고 했지만 우리 같은 2·3차 협력사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정부가 최근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일 역시 그만큼 서민경제가 처한 상황이 어렵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들이 일선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대표적인 게 중소기업청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이다. 중기청은 올해 지난해 추석보다 3배 정도 많은 800억원 정도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 봤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목표로 한 금액에는 도달할 것으로 보이나 애초 취지대로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소상공인들이 상품권 받기를 꺼리는데다 환전하는 데 불편함이 있어 실제 거래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을 앞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65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4%가 "추석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원활하다"는 18%에 불과했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고 내수에 치중하는 기업일수록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답해(소기업 46.5%, 내수기업 47.1%) 중소상인들이 한가위 대목을 즐길 여력이 없음을 나타냈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업체도 지난해에 비해 3.7% 줄었다.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진 건 최근 소비트렌드에서도 읽힌다. 대표적인 게 소셜커머스가 누리는 '반짝특수'다. 소셜커머스업체 위메이크프라이스는 9월 매출이 전달에 비해 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단체로 구입을 약속하는 대신 낮은 가격을 보장하는 이 거래방식이 인기를 끈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졌다는 뜻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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