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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일식집 '하코네' - 농어...얼음집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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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얼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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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봄에는 조기, 여름에는 농어, 가을은 갈치, 겨울에는 동태'라는 말이 있다. 대개 11월부터 그 이듬해 4월까지 산란하는 농어는 여름에 1년 어획량의 대부분을 채우는 여름철 대표 생선이다. 농어의 맛이 여름에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로, 7~8월은 농어를 맛보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몸은 길고 옆으로 납작한 물고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춘 농어는 뽀얀 흰 살에 비린 맛이 적고 살집이 두툼해 주로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에서 농어는 농에, 깔따구, 껄떡이, 절떡이, 까지매기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며, 일본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물고기'로 칭해지기도 한다. 농어의 일본 이름이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씨 중 하나인 '스즈키(すずき)'인 탓이다.


타르타르소스를 얹은 참소라와 민물장어조림

타르타르소스를 얹은 참소라와 민물장어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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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는 이름이 많은 만큼 농어는 유서도 무척 깊다. 기원전 11세기, 주(周) 나라 무왕은 대륙 정벌을 위해 바다를 건너는 도중에 농어가 배 위로 뛰어 오르는 것을 보고 천하 통일을 예감했다고 전해진다. 그때부터 농어는 '길(吉)한 생선'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아왔다. 농어의 효능을 언급한 한방 사료도 허다하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오장을 보하고 위를 고르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고 농어를 극찬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농어를 바다에서 나는 최고의 식자재 중 하나로 칭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농어 완두콩 된장구이

농어 완두콩 된장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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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1층 로비에 위치한 '하코네'는 우리가 흔히 특급 호텔에서 경험하는 '고만고만한' 특급 일식 레스토랑이다. 그런데 다른 점이 하나 있다. '하코네'는 회, 생선초밥, 지리 등 여느 일식집에서 접할 수 있는 요리 외에도 계절ㆍ재료 별로 특선 코스를 마련한다. 7월 민어 특선에 이어 8월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농어 코스 요리다. 회, 찜, 구이, 튀김 등 농어로 조리할 수 있는 요리는 모두 망라됐다. '하코네'는 '생선회의 절대 강자' 농어 얼음회를 비롯하여 농어 완두콩 된장구이와 채소와 곁들인 농어 튀김 등 8~10가지의 농어 코스 요리를 낸다. 특급 호텔에 어울리게 '하코네'는 일본 원산의 장류와 소스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최상급의 국내산 식자재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부여하는 조리기능사 중 최고 수준으로 국내에 292명만이 보유하고 있는 '조리기능장' 이동기 책임셰프의 22년 경험과 재능이 더해져 농어 요리의 진수를 선보인다.


농어살과 계절 야채찜

농어살과 계절 야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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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하코네'에서 전채와 식사(지리) 포함, 9개의 요리로 구성된 농어 디너 코스 요리를 맛봤다. 제철인 블루베리와 인삼을 곁들인 '인삼야채샐러드'와 녹차두부, 민물장어조림, 타르타르 소스를 얹은 참소라로 구성된 '3가지 진미'는 농어를 제대로 맛보기 위한 호화로운 전채였다. 차가운 회를 먹기 직전 뜨거운 국물로 속을 달래는 '새우살 두부피말이 맑은 국'의 배치도 훌륭했다. 마침내 '농어 얼음회'가 눈 앞에 등장했다. 공들여 제작한 얼음집 데코레이션에 얼음이 든 찬물에 헹궈낸 농어를 얇고 가늘게 썰어 파랗고 빨간 해초 위에 올렸다. 기름기 제거와 동시에 농어의 흰 살이 더욱 선명해지며 보는 눈과 씹는 혀가 모두 즐겁다. 일반적인 간장 혹은 초고추장 소스가 아닌 달콤한 '초 일본된장' 소스에 조금 찍어 먹으니 농어회의 깊은 맛을 강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이어 '농어 완두콩 된장 구이'와 '찹쌀가루를 묻힌 농어살 튀김' '농어살과 계절 야채 찜' 등 구이, 튀김, 찜을 거쳐 맑은 국물의 지리까지 농어의 화려한 변신은 계속됐다.


찹쌀가루를 묻힌 농어살 튀김

찹쌀가루를 묻힌 농어살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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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호텔 코스 요리인 탓에 '하코네'의 농어 코스는 봉사료와 세금을 제외하고도 10만 원대를 훌쩍 넘기는 고가다. 하지만 (기자와 마찬가지로) 생선회 중 광어나 우럭, 도미 정도 먹어봤을 뿐인 '도시 촌놈'이라면 농어를 한 번 시도할 것을 권한다. 일년 중 딱 한 번, 나 자신을 위한 '사치'와 '호사'를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농어는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 확신한다.


우리집은 // 이동기 책임셰프


이동기 책임셰프

이동기 책임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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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식은 요리에 사용되는 식재료들의 원래 맛을 최대한 지키려 합니다. 양념이나 부재료 사용은 가급적 줄이면서 '양념 맛'이 아닌 '재료 맛'으로 승부하려는 정직한 음식이죠. 재료가 나쁘면 어떤 마법을 부려도 진정한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없습니다."


1989년 인터컨티넨탈 호텔 입사, 지난 22년 동안 일식 전문 레스토랑 '하코네'의 주방을 책임져 온 이동기(48) 책임 셰프의 말이다. 막연히 일식 요리사의 하얀 가운에 매료된 이 셰프는 다소 늦은 스물다섯의 나이에 요리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진전은 남달랐다. 국내 조리사의 최고 경지인 '조리기능장 Master Cook'을 보유한 그는 '하코네'에서 모두 열다섯 명의 요리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책임 요리사다. 회, 국, 초밥, 복 요리 등 일식 요리 전반은 철저히 이 셰프의 손바닥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장어와 게살을 넣은 오이말이 초회

장어와 게살을 넣은 오이말이 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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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의 모든 메뉴와 식재료 선정을 총괄하는 그는 "절대 재료를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이 세운 철칙을 언제나 지킨다. 제철 상급 재료만을 고집하는 그는 혹시라도 재료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가차 없이 모두 쓰레기통으로 향할 것을 '명'한다. 또한 '하코네'는 매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특선 코스를 낸다. 봄에는 화사한 벚꽃 요리를, 가을에는 송이를 그리고 겨울에는 복을 활용한 다채로운 요리들이 눈과 코ㆍ입을 즐겁게 한다. 최상의 재료와 기능장의 솜씨, 그리고 음식에 대한 철학이 제대로 어우러진다.




자문위원은 // 김은미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대표적인 여름 생선인 농어는 한국과 일본 연근해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에 서식하는 농어목 농어과에 속하는 육식성 해수어다. 연어나 송어처럼 '민물회귀족'은 아니지만 민물을 좋아하는 농어는 치어 때 연안이나 강 하구까지 거슬러 올라왔다가 성장하면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 '여름 농어는 바라보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듯 여름 농어는 여타 어류에 비해 단백질과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타우린ㆍ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AㆍB, 칼슘, 인, 무기질 등도 많아 허약 체질이나 산모들의 원기 회복에 좋고, 장년층의 기억력 강화와 치매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칼로리도 100g 당 123kcal에 불과해 최고의 다이어트 식으로 손꼽히는 농어는 도매가로 1kg 당 30000~35000원에 판매되는 '초 고급' 생선이다.


새우살 두부피말이 맑은 국

새우살 두부피말이 맑은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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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는 회를 비롯해 찜, 지리, 구이, 튀김 등 다양한 레서피로 조리가 가능하며, 신체 내 산성도를 증가시키는 약산성 식품이므로 알칼리 성분의 채소와 곁들이는 것이 좋다. 특히 초절임과 양념으로 사용되는 생강은 살균 효과가 있으므로 농어와는 환상의 궁합이다. '하코네'의 농어 코스 요리는 회, 찜, 튀김, 지리 등 농어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들을 내며, 공히 식재료의 원 맛을 살리는데 집중하는 일본 음식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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