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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난 대한민국 최고의 도끼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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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경련 포럼서 만난 '경영 5년차' 최은영 회장
38년 전 창업주 인터뷰보고 소름 돋아…며느리 운명느껴
40대에 만난 한진해운…그 도전이 나를 CEO로 살게 해


[서귀포=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어느덧 5년차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의 타계로 2007년부터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 을 이끌게 된 최은영 회장(50)은 "내 나이 45세에 새로운 도전을 맞이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진해운은 40대에 만난 나의 새로운 꿈"이라며 "그 도전이 나를 최고경영자(CEO)로 살게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9일 제주 서귀포에서 기자와 만나 "조 회장이 가신 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가 우선순위"라며 "CEO로서 살다 노후에는 양현재단에서 봉사와 나눔의 삶을 살고 싶다"고 그의 꿈을 피력했다.

이날 오전 최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 포럼의 연사로 강단에 서 400여명에 달하는 동료 CEO 및 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는 "나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강단에 섰는데, 생각보다 더 호응이 좋았다.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웃음 지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29일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29일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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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본인을 소개하며 4개의 '숫자 1'을 언급했다. 대한민국 제 1선사인 한진해운의 CEO, 비공식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선박 명명식 도끼를 소유한 여자, 올 초 박용만 두산 회장과의 문자 해프닝으로 검색어 1위에 오른 인물.
최 회장은 "마지막 1은 한진해운과 나의 미래, 꿈과 희망을 위해 남겨뒀다"며 "한진해운이 세계 최대선사가 될 지,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될지, 사회에 가장 기여하는 회사가 될 지 무한한 가능성을 두고 남겨 놓겠다"고 전했다.

국내 대표 여성경영자인 최 회장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약속'이다. 최 회장은 "아직 말하기 이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이라고 생각한다"며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인생은 정직해야 한다"며 "일은 배워서 늘 수 있다. 사람 자체가 중요하다"고 인재관도 털어놨다.

해운업에 대한 깊은 애정도 드러냈다. 최 회장은 "해운업은 '종합예술+무한경쟁'"이라며 "기업의 초국적화를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업종"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 주요산업으로 조선, 전자 등을 꼽지만, 해운업도 세계 경쟁력 6위의 산업이다. 지난해 해운업은 자동차 등의 업종보다 더 많은 외화를 벌어 들였다"며 "해운업을 발전시키면 한국 경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블루오션'으로서의 해운업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해운업에 대한 내용은 꼭 (기사에) 넣어달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최 회장은 인터넷에서 기사를 읽던 중 우연히 창업주이자 시아버지인 고 조중훈 회장의 기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는 "온 몸에 소름이 끼치며 내가 이 집 며느리가 될 운명이었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그가 발견한 기사는 바로 38년 전 조중훈 회장의 인터뷰. 그는 "제목이 '기업이야 말로 종합예술입니다'인데, 지난해 내가 서강대학교 강연에서 기업이 뭐냐는 질문에 한 답변이 바로 '금융, 산업, 인재 등이 복합된 종합예술'"이라고 설명했다. 37년의 세월을 두고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같은 말을 한 것이다.

그는 경영자로 살며 남편과 시아버지를 더 가까이 이해하게 됐다. 최 회장은 "경영 전선에 뛰어들어보니 왜 평소 (남편에게) 수고한다, 고맙다라는 말을 더 못했을까 매번 느끼게 된다"며 "돈 버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에도 아쉬움을 느낀다는 그는 두 딸의 사회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큰 딸인 유경(26)씨는 일본 와세다 대학 졸업 후 국내 증권사 인턴을 거쳐 현재 홍콩의 한 기업에서 경영수업 중이다. 둘째딸인 유홍(24)씨는 최근 영국의 한 아트스쿨로 편입을 확정했다.

최 회장은 "딸들에게는 차타고 가는 길에, 봉사 다녀오는 길에, 조 회장과 갔던 레스토랑에서 등등 수시로 하고 싶은 얘기를 전화, 문자, 이메일로 전한다"며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부담스러워 할까봐 오히려 안한다"고 말했다.

잔소리 보다는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리는 편이다. 여기에는 조 회장이 생전에 했던 한 마디가 컸다. 최 회장은 "조 회장이 한 명언이 있다"며 "'자꾸 잔소리하면 애들이 최고로 잘돼야 당신과 똑같아 지는데 그걸 원하느냐?'고 했는데,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말이지 않냐"고 언급했다.

그는 "스스로 깨닫고 알도록 기다리는데 유경, 유홍 둘 다 실망시킨 적이 거의 없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올 초 동일본 대지진 후 큰 딸인 유경씨가 홍콩에서 근무하며 받은 첫 월급을 일본 적십자에 전액 기부했을 때 무척 자랑스러웠다는 귀띔도 잊지 않았다.

최 회장은 경영수업 중인 두 딸에게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의 상호보완적 역할에 대해서도 늘 강조한다. 신속한 의사결정, 장기적 안목이 강점인 오너경영인과 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이 각자의 장점을 드러내는 새로운 경영모델을 정립하는 것은 바로 최 회장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는 "두 딸에게 전문경영인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늘 말한다. 내가 언제나 최고일 수는 없다"며 "전문경영인들과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두 딸과 함께 동유럽 현장을 돌며 여름휴가를 보낸 최 회장은 아직 올해 휴가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그는 "출장갈 때 하루 이틀 붙여서 쉬고 오면 그게 곧 휴가"라며 "연 평균 80일은 해외출장을 나간다. (하반기에도) 두 번 가량 더 나갔다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귀포=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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