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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의 두 얼굴’ 국내 증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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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메이커]원자재값 상승 “내일이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24일 기준으로, 어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가 하락이 촉매가 돼 다른 커머더티(원자재 상품)들도 동반 하락해, 가장 대표적인 상품 가격지수라고 할 수 있는 S&P골드만삭스 상품지수는 하루 만에 3.63%나 떨어졌다.
오늘 주식 시장은 상승세를 기록하며 오히려 커머더티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다.

아마도 커머더티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면 미국·중국 G2의 통화정책이 다시 확장 기조로 반전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

커머더티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갖는 시각은 보통 거시적이다. 커머더티 가격과 인플레이션, 금리, 유동성 등을 연결지어 향후 경제 흐름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필자는 오늘 조금 다른 관점에서 커머더티를 말하고 싶다. 미시적인 시각에서다.

모든 제조업체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커머더티를 사들이고, 이를 가공해서 매출을 일으킨다.

원재료를 매입하는 시점과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 간에는 일정한 시차가 존재하고 미래의 매출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일정 수준의 원재료 재고를 확보해놓은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만약 커머더티 가격이 계속 오르게 되면 제조업의 이런 영업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기업의 회계적인 이익 중에 재고평가이익이라는 것이 있다.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해 원재료 매입 당시보다 높을 때 발생하는 이익이다.

커머더티 가격이 오르게 되면 제조업체는 미리 싸게 구입해놓은 원재료에서 재고평가이익을 얻게 된다.

물론 원재료 가격이 오른만큼 제품의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재고평가이익은 축소된 판매마진과 상쇄된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이 오른만큼 판가를 올릴 수 있다면 재고평가이익은 그대로 전체 마진을 올리는 효과를 낸다.

유럽 재정위기가 봉합된 2010년 여름부터 2011년 봄까지 커머더티 가격은 연속적으로 상승했다.

같은 시기에 미국 QE2가 진행되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 수요도 좋았다.

원재료 가격이 쉼없이 올라 매분기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는 한편, 수요가 좋아 원가 상승분을 판가에 반영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제조업체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영업마진을 기록하는 호시절을 보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 본연의 체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마진을 훨씬 초과하는 재고평가이익을 얻은 기업도 있었다.

지난 5월 이후 커머더티 가격이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유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고,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기상 이변으로 폭등했던 농산물 가격도 조금씩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커머더티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은(Silver) 가격은 고점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형국이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돼 있고 중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팽창하고 있으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커머더티들이 점점 더 귀해질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러한 펀더멘탈이 이미 현재 가격에 상당부분 반영돼있고, 가격을 가파르게 올렸던 요인들이 최근 퇴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커머더티 가격의 연속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커머더티 가격의 안정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인플레 압력을 감소시켜 각국 정부가 탄력적인 정책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하지만 미시적인 시각에서 보면, 커머더티 상승랠리의 마감이 제조업의 재고평가이익 소멸로 연결돼 기업 이익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심한 투자자라면 이러한 리스크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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