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위대한 탄생> 우승자 백청강 씨가 금의환향했습니다. MBC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이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연길로 돌아가는 청강 씨를 따라 갔는데요. 청강 씨가 무려 36시간이라는 기나긴 여정 끝에 글로벌 오디션 중국 편이 열리는 청도에 도착했던 그날을 떠올려 보면 그야말로 감개무량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어요. 교통 사정으로 지각하는 바람에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던 청강 씨를 비롯한 연길 지역 참가자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요. 당시 저는 단 1 퍼센트의 가능성도 느껴지지 않는 도전을 위해 먼 길을 달려오는 참가자들이 무모하고 딱하게만 보였어요. 만만치 않은 여비며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과연 있는 일인지, 젊은이들의 꿈과 열망을 얄팍한 상술이 이용하는 건 아닌지, 삐딱한 시선을 보냈던 거죠. 하기야 청강 씨의 어머님조차 한심한 소리 하지 말라며 말리셨다죠? 그러나 청강 씨는 그러한 우려들을 뒤로한 채 보란 듯이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그래요. 기적 외에 더 적합한 말이 어디 있겠어요?
청강 씨는 단단하고 영민한 사람입니다
오디션 난립 시대인 요즈음, 저는 오디션 자체보다도 오디션이 끝난 후 우승자들의 행보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이 갑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듯 기적을 이뤄내지만 우승의 기쁨은 잠시 뿐, 지지부진한 활동을 펴다가 결국엔 사라지는 이들을 너무나 많이 봐와서 말이죠. 정글 못지않게 험난하다는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본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최 측에서도 책임과 의무를 다해 길잡이 노릇을 해줘야 할 텐데요. 솔직히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다행히 청강 씨는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에도 <세바퀴>에도 출연할 기회를 얻었고 주말 <뉴스 데스크>에서는 귀향 소식을 보도해주기도 했지만 그 관심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이네요.
초심을 잃지 말라는 충고 잊지 마세요
또 한 가지 무엇보다 다행인 건 청강 씨에게는 김태원이라는 위대한 멘토가 존재한다는 점이겠죠. “연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열정을 숨기고 있는 모습을 전 발견했거든요, 사실. 오랜 그룹 생활을 하다 보니 그런 걸 숨기고 있는 사람들을 볼 줄 압니다, 제가. 그가 야심이 있고, 열정이 있고 투지가 있는 모습을 본 거죠.” 우승자를 가리는 순간에만 관심이 있는 방송사가 이후 관심을 저버린다 해도 김태원 씨가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 하나 있어요. 바로 청강 씨가 대중의 마음을 얻는 법을 잘 알고 있다는 거예요. 연변 공항에 연변의 자랑 청강 씨가 도착했을 때 공항이 마비가 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한 할머님이 넘어지시는 작은 사고가 있었던 거 기억나죠? 청강 씨는 멈춰 섰지만 옆에서 다들 잡아끄는 바람에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 순간 저는 ‘그래도 일으켜드리고 가지. 너무 무심하잖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치 제 소리를 듣기라도 한 양 차에 오른 뒤 그 얘기를 꺼내더군요. 할머님이 넘어지셔서 너무 미안했다고요. 그렇죠. 그렇게 미안해야 할 때 미안해할 줄 알고 고마워해야 할 때 고마워할 줄 알면 되는 겁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