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회의석상에서의 상석은 어디인가. 당연히 정면 스크린이 잘 보이는 정중앙 아닐까. 그런데 이 사진 속의 자리 배치를 보면 우리 상식과 사뭇 다르다. 상석은 화면 조정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떡하니 차지하고, 대통령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직급을 떠나 앉을 사람은 앉고 서 있을 사람은 서고…. 격식보다는 일을 중시하는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미국 내에서도 조금 충격적이었는지 CNN은 "이 사진이 한 시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하고도 비범한 메시지"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회의문화는 어떤가.
하버드대의 존 코터 교수는 얼마 전 재미있는 진단지를 내놨다. 회의 시간에 자주 쓰는 말을 고르게 한 것인데 대충 이런 것들이다. "그건 너무 황당한데?" "너무 리스크가 크지 않나?" "그게 좋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등등이다. 혹시 나도 자주 쓰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당신도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를 죽이는 아이디어 킬러일 가능성이 높다. 직원들이 회의 시간에 말을 아끼는 이유는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다. 다른 사람, 특히 리더의 이런 반응 때문이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중간은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이디어 회의를 잘한다는 평을 듣는 미국의 디자인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회의 모습을 보면 산만하기 그지없다. 뭘 먹고 있는 사람, 낙서를 하고 있는 사람, 종을 들고 수시로 울리는 사람까지…. 그러나 이들은 이런 회의를 통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디자인 아이디어를 일주일에 2개씩 만들어 낸다. 어떤 자세로 앉아 있든 발언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면 그만이다. 나온 아이디어를 계속 그림이나 도표로 가시화시킨다. 누군가 아이디어에 비판을 하려 하면 실제 종을 울려 경고하기도 한다. 전원이 한 자세로 착석해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으로 꽉 차 있는 우리 회의에 비해 훨씬 생산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최소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회의라면 분위기부터 바꿔보면 어떨까. 상석도 없애고, 계급도 없애고, 회의실에 아이디어 등가(等價)의 법칙이 지배하게 해보자.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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