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도입을 공식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늘 입법예고됐다. 금융위원회는 여론 수렴, 국무회의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밟아 오는 9월부터 개정안 시행에 들어가 연내 국내에 헤지펀드가 생겨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법예고안을 들여다보면 금융위가 추진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라는 것이 예정대로 생겨나더라도 국내 자본시장에서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게 될지 의문이다. 기존의 '적격투자자 대상 사모펀드'의 규제기준을 완화해 그 변종을 만들고 거기에 '한국형 헤지펀드'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그것이 명실상부한 헤지펀드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금융자산 상위 2~3%의 극소수 부자 전용 재테크 수단이자 증권업계의 새로운 먹잇감이 되는 데 머무르고, 자본시장의 효율화 등 헤지펀드의 순기능으로 거론되는 효과는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기존 사모펀드에 비해 금전차입과 파생상품 투자의 한도가 대폭 완화된다지만 그것만으로 국내 부자나 외국인이 해외의 유수한 헤지펀드를 놔두고 '한국형 헤지펀드'로 몰려들 것 같지도 않다.
금융위가 이번 입법예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의 최소 투자금 기준을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춘 것 자체가 증권업계의 요구를 들어준 것인 동시에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수요가 충분히 크지 않으면 어떡하느냐는 불안감을 드러낸 것이다. 금융위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업계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선물하고 그 고객기반까지 갖춰주려 애쓰는 모습이다.
금융위는 심지어 이번 입법예고와 더불어 증권업계에 대해 해외 헤지펀드에 간접투자하는 '재간접 펀드'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도록 창구 지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한국형 헤지펀드'의 초기 투자수요 통계를 부풀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불러일으킨다. 이런 태도라면 나중에 기관 투자가의 팔을 비틀어 헤지펀드 투자를 강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보다는 엉뚱한 제3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리스크 확산 차단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이제부터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바로 '관 주도의 헤지펀드 산업 조성'이라는 초유의 시도가 성공하기 위한 제1의 전제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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