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선거 참패 이후 '민심은 천심'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의 오만과 독선을 반성했다. 일부는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탄핵 역풍의 위기에서 당을 구한 '천막당사' 정신도 강조했다. 모두가 구두선이었다.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이 보름 동안 보여준 모습은 이도저도 아니다. 당을 위해 살신성인하겠다는 인사 하나 없다. 모두 각자도생하겠다는 목소리만 넘쳐난다. 지도부 역시 진공상태다. 재보선 패배로 사망선고를 받은 데 이어 지난 7일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신주류와 구주류의 갈등 속에서 출범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가운데 물고 물리는 백가쟁명식의 설전만이 난무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제1야당인 민주당을 압도했다. 적게는 10% 안팎에서, 많게는 더블스코어까지 유지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2009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민심이라는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정치권의 오랜 격언이 있다. 한나라당이 과연 민심의 무서움을 알고 있을까? 전세대란과 물가급등 등 민생고에 허덕이는 국민들은 한나라당 안팎의 권력투쟁에는 정말 관심이 없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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