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따져보자. 1999년 1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는 102만원을 받은 데 비해 10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는 169만원을 받아 격차가 67만원이었다. 10년이 지난 2009년 중소기업 임금은 235만원인 반면 대기업은 409만원으로 그 격차가 174만원으로 늘어났다. 물론 이러한 임금 및 생산성 격차에는 기술 및 인력 수준, 기업가 정신, 노동장비율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히고설켜 있겠지만 필자는 대기업 중심의 시장구조와 불공정거래 관행이 그 근본 원인이라고 믿는다.
배경은 이렇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사태는 우리 사회를 미증유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특히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외환위기 속에서 귀중한 돈이 휴지가 되는 경험을 거치며 투자자들은 더 똑똑해진 것처럼 보였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뒤 재무분석의 중요성을 통감했을 것이다. 국내시장의 저평가된 주식을 겨냥한 해외투자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도사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분기별 영업이익이나 수익지표들을 투자의 핵심잣대로 삼았다. 그러나 기업의 장기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질적 분석은 무시됐다. 그저 분기별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면 '어닝 서프라이즈', 하회하면 '어닝 쇼크'를 외쳤다.
주식시장이 변하면서 기업 역시 변화했다. 주요 기업은 재무담당임원(CFO)을 영입하고 재무 실적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갔다.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가운데 주주의 이익 늘리기에 올인했다. 모든 건 비용 절감, 수익성 개선, 목표 달성으로 평가됐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실적 관리기간이 월별 혹은 분기별로 짧아졌다는 점이다. 경영의 최우선 목표가 단기손익에 맞춰지면서 경영행위의 가치사슬도 그에 맞게 일렬 정돈됐다. 대표적 사례가 인사 부문에서 인력 고용형태의 변화. 즉 비정규직 고용의 급증과 구매 부문의 협력업체 쥐어짜기를 들 수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