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CEO단상]PF, 공존공생하려면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윤주선 한호건설 사장

윤주선 한호건설 사장

원본보기 아이콘
요즈음 부동산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매우 어렵다. 건설사의 지급보증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하던 시대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전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회계기준에 의하면 지급보증은 채무비율에 포함되지 않지만 IFRS에 근거해 채무비율을 계산하게 되면 지급보증도 포함된다.

현재의 유일한 돌파구는 리츠나 사모펀드에 의한 자금조달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대규모 시행사들은 리츠를 설립하거나 기존의 설립된 리츠 회사를 매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리츠는 유효한 자금조달 수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중계산되고 법인세와 취득세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정부가 계속 미루고 있고 리츠 투자자에게 돌려줄 금리와 사업이익을 보장하는 금리와의 차이가 아직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부동산개발 프로젝트는 PF에 의해 토지매입자금을 조달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시행사가 스스로 조달한 자금으로 토지매입계약이 이뤄지면 시공사의 지급보증에 의해 PF가 이뤄졌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서면서 우량 프로젝트에 한해서는 토지매입계약금도 대출해주는 이른바 브리지론이 활발해졌다. 우리나라 부동산개발시장에 시행사와 PF라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IMF 이후니까 그 역사가 1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시행하는 PF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시간적 경험의 일천함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금융권의 PF 의사결정과정과 시스템이다.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서 이루어지는 PF의 의사결정은 시공사의 지급보증보다 프로젝트의 완성도, 즉 수익률과 안정성에 기초한다. 그러기 위해 금융기관들은 고도로 숙련된 부동산개발 전문가를 보유하거나 사업성분석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서를 첨부하도록 한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세컨드오피니언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개발사업과 PF의 협력 역사가 10년에 불과하다보니 그만한 전문가나 전문기관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개발전문가가 금융기관에서 의사결정책임자의 위치에 있지 못했다. 그러므로 주로 지급보증을 해줄 대형 시공사의 판단에 의존하게 되니 이 의사결정의 성격이 금융의사결정이 아니라 시공사의 수주의사결정이 되어버리는 경향이 다분했다. 따라서 외형경쟁 패러다임을 갖는 시공사의 특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금융기관, 특히 신생 저축은행들의 한계로 인해 목전의 수익성과 미래의 안정성의 균형이 깨어지게 된 것이다. 그것이 미국의 서브프라임이요, 국제금융위기의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PF는 프로젝트에 대한 파이낸싱이다. 즉, 유형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이 아니라 무형의 수익성을 향해 금융기관이 투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출은 제3자의 개념이다. 그가 실패해도 나는 채권만 확보하면 된다는 의식이다. 이기주의다. 투자는 그와 내가 모두 성공해야 한다는 자세이다. 공존공생의 성숙한 가치이다.
전략적 투자로서의 PF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스스로가 사업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의사결정체계를 가져야 하며 정부는 사업환경을 정직하게 보고하는 사업정보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최근에는 PF를 위한 사업성검토 보고서의 공인인증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PF 의사결정의 축이 시공사(보증성)에서 시행사(사업성)로 변환돼 가야 한다. 그래야 부실 시행사와 부실 프로젝트의 판단기준이 명확해지며 PF가 투자적 개념으로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부동산업계가 다시 살아나기를 기원한다.



윤주선 한호건설 사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식물원 아닙니다…축하 화분으로 가득 찬 국회 "진짜 선 넘었다" 현충일에 욱일기 내건 아파트 공분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국내이슈

  • '세계 8000명' 희귀병 앓는 셀린디옹 "목에서 경련 시작되지만…" '세계 최초' 미인 대회에 1500명 도전…심사 기준은 '손과 눈 주변' "비트코인 8월까지 5배 폭등"…'부자 아빠' 저자의 전망

    #해외이슈

  • [포토] 화이팅 외치는 올원루키테니스대회 참가 선수들 [포토] '전우여 평안하시오...'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포토PICK

  • 기아, 美서 텔루라이드 46만대 리콜…"시트모터 화재 우려"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고국 온 백제의 미소, ‘금동관음보살 입상’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