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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은퇴을 통해 ‘개혁’을 선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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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치 지도자는 직접선거로"…여성 선출 가능성도 열어둬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티베트의 제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갸초(76세)가 망명정부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 뉴스 등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달라이 라마가는 10일(현지시간) 티베트 국민 봉기 ‘52주년 기념식’에서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치적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사임 의지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나의 사임이 티베트 사람들에게 이익이 될 것”라고 밝혔다.

1959년 티베트 국민 봉기는 중국공산당이 강압적으로 티베트를 통치하려 하자 반(反)중국, 반(反)공산주의 봉기가 일어난 사건을 말한다. 이에 현 14대 달라이라마는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설립해 티베트인들의 정치적·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통치 우려, “정치·종교 분리하겠다”=티베트의 종교적·정치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정치적’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선언을 했다. 즉 종교적 지도자와 정치적 지도자 자리를 분리해 종교 지도자의 위치는 유지하되 정치 지도자는 따로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하겠다는 의지다.
달라이 라마가 이와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중국이 티베트의 정치적 통치를 위해 달라이 라마 지위를 이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 최고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고위 승려들이 전대 달라이 라마가 환생한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를 판첸 라마(후계자)로 지정하는 '상징적 혈연 세습' 구조다.

텐진 갸초도 5세 때 이런 방식으로 14대 달라이 라마에 올랐다.

중국은 티베트가 독립운동을 끝내고 중국의 통치 안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선 후대 달라이 라마와 2대 정신적 지도자인 판첸 라마를 중국의 뜻대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후계 구도를 망가뜨리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지난 1995년 5월 14대 달라이 라마는 전통에 따라 6살인 겐둔 최끼 니마를 판첸 라마의 11대 환생자로 낙점해 후계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중국 경찰이 니마를 연행한 이후 아직까지도 명확한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해 12월 중국 정부가 걀첸 노르부를 자체적으로 판첸 라마로 지정했지만 많은 티베트인들이 중국에겐 판첸 라마를 지정할 권한이 없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이후 걀첸 노르부는 국제 불교행사와 티베트 행사 등에 참석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판첸 라마의 진위가 문제 되는 이유는 현재 76세 고령인 달라이라마의 환생자(15대 달라이 라마)를 뽑는 데 판첸 라마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제 티베트 독립운동 대표인 스테파니 브릭덴은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만이 티베트의 정치적·종교적 통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자신들이 지정한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달라이 라마의 정치적 지도자 이양은 정치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을 분리하려는 것”이라며 “은퇴 선언은 달라이 라마가 죽은 뒤 중국이 판첸 라마와 같이 종교적인 지위를 이용해 정치적인 부분을 조종하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선거·여성 선출 가능”=중국의 정치적 이용을 우려한 달라이 라마는 전통적인 환생자를 낙점하는 후계자 지정 대신 직접 선거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은퇴를 발표한 자리에서 “나는 60년대부터 수차례 이야기한대로 티베트의 지도자는 티베트 사람에 의해 선출하는 자유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하며, 그 지도자에게 권력을 이양할 수 있다”면서 “이제 그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망명정부 의회 의원을 선출한 2001년 직접선거 이후 달라이 라마는 “반쯤 은퇴했다”고 거듭 밝혀왔다.

또 "여자가 남자보다 타인의 고통에 더 민감하며, 나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며 여자 최고지도자 선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반면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달라이 라마는 몇 년 전부터 계속 사퇴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면서 “이번 사퇴발표 역시 국제사회를 속이기 위한 속임수처럼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그가 공식 사퇴 이후에도 여전히 독립운동의 구심점 노릇을 할 것이란 판단하고 있는 것. 이번 은퇴가 결정이 된다 해도 중요한 결정들은 앞으로도 달라이 라마와 계속 논의될 것이란 것이다.

달라이 라마의 측근 라지브 메흐로트라는 “달라이 라마의 권력이양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오는 3월 20일 제 2대 총리를 뽑는 선거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가 지정한 현 삼동 린포체 총리의 뒤를 이어 티베트의 두 번째 총리는 직접 선거 방식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한편, 일부 티베트인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한 달라이 라마의 은퇴 선언이 중국과 티베트의 관계를 되살리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베트인은 “독립 정부에는 달라이 라마와 총리 모두 새로운 생각을 가진 젊은 사람으로 교체돼야 한다”면서 “티베트인들이 티베트에서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중국과의 대화도 필요하다”며 중국과의 교류 필요성을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1959년 티베트 봉기’와 관련한 이달 10일, 14일 열리 민감한 행사들이 끝난 뒤 이달 외국 방문객과 함께 만날 예정이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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