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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이선정① '여자이름' 소년, "기가 세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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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이선정① '여자이름' 소년, "기가 세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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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제약회사 최고경영자와 블루스록 인디밴드 리더. 언뜻 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직함을 동시에 가진 이가 있다. 이제 막 메이저데뷔를 치른 이선정밴드의 리더이자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이선정이다.

의사, 변호사, CEO 등 고소득 직업을 가진 이가 가수로 데뷔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치열함과 열정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선정은 다르다. 그의 음악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뇌와 메시지가 담겨있다. 누구도 겪지 못한 파란만장한 인생길을 걸어온 덕분이다. 전재산 5천원에 영양실조로 시력도 잃을 뻔했던 그는 70억 매출의 제약회사를 세웠다. 이젠 블루스록 밴드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세상과 소통할 준비를 마쳤다. 이선정. 그의 이야기는 차라리 영화였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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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너무 센 아이다. 이름을 여자처럼 지어야 그 기를 누를 수 있다."

갓 태어난 사내아이에 대한 작명소의 한 마디를 할아버지는 무시할 수 없었다. 사실 처음 지어준 이름은 '이현정'이었다. 출생신고를 위해 동사무소에 찾아간 할아버지는 치아가 온전치 않았다. 발음이 새는 바람에 동사무소 직원은 출생신고서에 '이선정'이라 받아 적었다. 덕분에 그나마 덜 여자 아이 같은 이름이 됐다.

40여 년 뒤 늦은 데뷔를 앞두게 됐을 때, 남자다운 이름으로 가명을 쓸 생각도 했다. 이강, 이하루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론은 이선정이었다.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기에 이름 자체도 솔직한 게 맞는 것 같았다. 이선정이란 이름은 그렇게 두 번의 고비를 넘어 세상에 나왔다.
여자 같은 이름과 달리 '소년 이선정'은 쾌활했다. 어쩌면 작명소의 말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한시도 가만있지를 못하는, 표현하고 싶은 게 많은 꼬마였다.

우주 탐험을 동경했고, 모험을 좋아했다. 국민학교 3학년 시절, 한 번은 만화 주인공처럼 강가에 배를 띄우고 싶었다. 당시 개봉동에 살았던 소년은 친구들과 공사판에서 폐자재와 못을 주어 모아 우리만의 '배'를 만들었다.

배를 띄우러 간 곳은 겨우 동네 낚시터였다. '출항'을 앞두고 식량으로 과자도 실었다. 겨우 낚시터였지만 9살 소년은 무서워졌다. 이제 배를 타면 태평양을 건너 부모님을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두렵고 슬펐다. 다행히(?) 배는 바로 가라앉았다.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순수하면서도 열정과 호기심, 그리고 끼로 가득 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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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도 남달랐다. 마포에 살던 국민학교 5학년 땐 야구에 푹 빠졌다. 앞장서서 '빅토리'란 야구팀을 결성했다. 직접 만든 팀이니 당연히 주장에 투수를 맡았다. 동계훈련해야 된다고 한겨울 꼭두새벽에 일어나 친구들을 깨우러 달동네를 돌아다녔다. 매일같이 조깅으로 한강을 건너 야구연습을 했다. 결국 얼마못가 자신을 뺀 나머지 모두 지쳐서 안 하겠다고 했다.

국민학교 6학년 때 '선데이서울'이란 성인잡지를 우연히 봤다. 태어나서 처음 야한 소설을 읽었다.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도 빨개졌다. 충격을 받았다. 그리곤 정말 순수한 의도로 "이 느낌을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그 느낌 그대로 밤새도록 야한 소설을 썼다. 자부심에 등교하자마자 아이들에게 그걸 돌렸다. 나쁜 짓이라 생각 못했다. 그저 떨리는, 재밌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다. 결국 이를 본 여자 반장이 담임선생님께 일러 크게 혼났다. 혼나면서도 왜 혼나는지도 몰랐다. 내가 느낀 감정과 인상을 남에게 주고 싶다는 예술가적 본능은 그때부터 나왔다.

(2편은 25일 오전에 이어집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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