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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자들]先人들이 묻는다 나눔을 실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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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한국의 착한 부자들

[한국의 부자들]先人들이 묻는다 나눔을 실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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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베풀고 나누는 한국형 청부(淸富) 철학 계승 절실…
재능·봉사·시간 기부는 新 덕목


과거가 ‘청빈(淸貧)의 시대’라면 현대는 ‘청부(淸富)의 시대’다. 자본주의 시대엔 누구나 부자를 꿈꾸기 마련이다. 가난하더라도 깨끗하게 사는 삶보다 성실과 근검절약으로 모은 ‘부’를 지혜롭게 베풀며 사는 삶이 더 존중받고 있다.
‘공정사회’가 화두로 부각되면서 ‘나눔의 미덕’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요즘이다. 한국의 부자들은 근대사 이전이나 이후를 막론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사회 번영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한국의 부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 탓에 ‘반부자 정서’가 오랜 기간 뿌리 깊게 확산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코노믹리뷰>는 신묘년 새해를 맞아 ‘나눔의 선구자, 한국의 부자들’을 집중 조명했다. 근대사 이전의 임상옥, 김만덕, 경주 최부자 등 잊혀져가는 부자들의 삶과 나눔은 물론, 근대사 이후의 부자들의 청부(淸富)철학에 대해 집중 탐구했다.
진정한 부자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국의 부자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도 함께 짚어봤다. <편집자 주>



“서민의 기부는 나라를 아름답게 하지만, 부자의 기부는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부자들의 나눔 활성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말이다.

최근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중산층이 서민층이 되고, 서민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특히 이로 인한 가정불화나 가족 해체는 미래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켜 지속 가능한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민간 차원에서의 기부금 확보를 통해 사회 양극화를 시민사회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시민사회의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는 35%에 머물고 있다. 개인 기부 비율이 80%를 넘는 기부 선진국 미국과 비교해봤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개인 기부의 활성화엔 ‘사회 상류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그들의 고액 기부는 그 자체가 모범이 되어 개인들의 기부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부자 기부 활성화는 선진부국 지름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 2007년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0년 12월 기준, 아너 소사이어티의 정회원은 총 43명. 모금액은 74억6500만 원에 달한다. 이들은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 재능과 리더십을 나누며 한국의 나눔문화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40여 명 회원들의 공통점은 기부 DNA를 갖고 있다는 것. 여기에 절약과 직접 봉사의 미덕도 갖췄다.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은 젊은 시절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이겨내고 근면성실과 절약정신으로 회사를 탄탄하게 일궈냈다. 헌 양복 소매와 20년을 신어 헤어진 구두코는 남 회장의 근검한 생활 태도를 대변한다. 그는 “평생 모은 귀중한 돈을 전해야 했기에 가장 믿고 맡길 곳이 필요했다”며 아너소사이어티를 찾았다.

최신원 SKC 회장은 부친이자 SK그룹 창업주인 故 최종건 회장의 나눔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최 회장은 현장을 직접 찾아 봉사와 기부를 실천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기업가들이 솔선수범으로 나눔을 실천해야 더욱 밝은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국내 대표 여행전문그룹인 BT&I를 이끌고 있는 송경애 대표는 “기부는 살아 생전, 지금 해야 하며 즐거워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가족들 생일날짜에 맞춰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행복한 CEO다.


애국정신, 배려가 깃든 나눔 배워야

우리나라 부자의 60% 이상은 ‘자수성가형’ 부자다. 대부분의 한국 부자들이 ‘절약’과 ‘인내’라는 평범한 덕목을 충실히 따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경주 최부자, 거상 김만덕 등 한국의 나눔문화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전란 등 위기 때마다 우리 민족의 사회, 국가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데 가진 것을 아낌없이 백성과 나눈 점도 높이 살 만 하다.

한동철 부자학연구학회 회장은 “과거의 한국 부자의 나눔철학엔 ‘애국심’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대에 걸쳐 300년 동안 만석꾼을 지낸 경주 최부자는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한 암울한 시절 애국운동에 앞장섰다.

대한광복회, 백산상회 등 독립운동 단체에 깊숙이 참여하고, 상해 임시정부에 막대한 자금을 송금하는 등 그들의 재산을 나라를 되찾는데 사용했다. 당시 상당수의 거부들이 일제에 빌붙어 부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재산을 늘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거 한국 부자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타인을 배려하는 진정성 있는 나눔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와 직접 마주하지 않고 손쉽게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뒤주를 만들거나, 밥 짓는 연기를 보면 배고픈 사람이 더욱 배고파 할까봐 집안 굴뚝을 낮게 달았다.

단순히 생색내기와 시혜적인 적선이 아니라 도움을 받는 사람의 상황과 마음까지 사려 깊게 살폈다.

이민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문화팀 팀장은 “전통적인 한국 부자의 나눔문화에 깃들여 있는 이러한 ‘배려’는 현재의 부자들도 배우고 갖춰야 할 우리네 전통적 자산이자 덕목”이라며 “‘배려가 깃든 나눔’은 진정으로 존경받는 한국형 부자를 탄생시킬 열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몇십 년간 급격한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파생된 우리 사회의 ‘반부자 정서’는 진정한 한국형 부자 만들기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전문가들은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쳐나가기 위해서는 부자들이 자녀들에 대한 부의 상속보다는 사회 환원을 적극 검토할 수 있도록 ‘부자들의 상시 기부 행위’를 제도화하고, 부자들의 경제적 공헌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북 경주 최부자 가문의 장손인 최염 경주최씨종친회 명예회장도 “최씨 조상은 주변에 베풀면서 오히려 더욱 부자가 됐다.”며 “부의 사회환원은 부자를 더욱 부자답게 만든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나눔 5계명’

1. 돈 이외에 재능, 네트워크, 시간 등도 적극 나눠라.
2. 회사 오너인 경우 ‘회사 돈’이 아닌 ‘사재(私財)’를 털어라.
3.‘부자와 빈자의 소통’에 관심을 귀울여라.
4. 되도록 ‘익명’으로 기부하라(그러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나눔의 문화가 전파된다).
5. 마음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그러려면 목적이 순수해야 한다.
<도움말: 한동철 부자학연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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