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위키리크스의 폭로 문건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이란 공격을 요구했다는 내용 등 '심각한' 사건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중이 낮다면서 그 중 특이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사례 5건을 뽑아 소개했다.
◆ 4위 “가수 공연 때문에…” 7개월만의 대탈출= 2009년 1월 9일 천신만고 끝에 이란을 탈출한 이란계 미국인 호세인 간바르자데 바헤디가 터키 앙카라의 미국 영사관에 도착했다.
75세의 바헤디는 이란의 가족들을 만나고 부모님의 묘지를 돌아보기 위해 4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했었다. 그가 로스엔젤레스(LA)로 귀국하려 할 때 이란 당국이 그의 여권을 압수하고 출국을 막았다. 15만달러의 벌금을 내는 한편 LA에서 공연기획자로 일하는 그의 아들로 하여금 두바이에서 열리는 이란 출신 팝 듀오 ‘캄란 앤 후만’의 콘서트를 취소시키라는 것이 이란측의 요구였다.
바헤디가 국경을 넘었지만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터키 당국은 그를 이란으로 강제추방하겠다고 미국 영사관측에 통보했다. 강제추방 방법 중 하나는 추방 대상자를 한밤중에 버스에 태워 국경으로 데려간 뒤 공포를 쏘아 겁에 질린 대상자가 이란이나 이라크 쪽으로 도망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다행히 미 국무부가 개입해 바헤디는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 3위 “위스키라면 밀수품이라도 좋소”= 예멘의 권위주의적 지도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무슬림이 아닌 이들에게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당시 미 중부군 사령관과의 회담에서 인접국 지부티로부터 마약과 무기 밀거래가 횡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품목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마일 구엘레 지부티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 위스키 밀수라면 괜찮다. 훌륭한 위스키라면 환영이다.”
◆ 2위 “관타나모 수감자는 동물?”= 생물학자들은 동물의 이동이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위치추적용 센서를 달아주는 경우가 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 일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미국에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석방된 수감자들에게 이같은 방식으로 추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009년 3월 압둘라 국왕은 오바마행정부의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에게 수감자들의 신체에 전자 위치추적 칩을 심자고 제안하면서 이는 말이나 새에 널리 쓰이는 방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브레넌 보좌관의 답은 “말은 좋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지 않느냐”였다.
◆ 1위 “황금총을 가진 대통령”= 007시리즈 9편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 등장하는 악당 프란시스코 스카라망가처럼,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은 황금 권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영화속 악당만큼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가진 건 아니라고 한다.
미국의 고위급 외교관 윌리엄 번즈는 2006년 체첸 다게스탄지역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와 친분이 있는 현지 석유업계 거물의 아들이 주인공이었다. 요란한 불꽃놀이가 끝나고 음악가들이 다게스탄 전통음악을 울려대자 신랑의 아버지가 춤판에 합류했고 뒤이어 카디로프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번즈에 따르면 그는 “황금판을 덧씌운 권총을 청바지 뒷춤에 꽂고” 마치 갱단 보스같은 차림으로 서툰 막춤을 추었다. 번즈는 “카디로프는 이 부부에게 5kg의 금덩어리를 선물했다”고 술회했다.
김영식 기자 grad@
꼭 봐야할 주요뉴스
"민원서류 뗐는데 다른 사람 주민번호가…" 정부24...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