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재무구조개선 약정 보완 검토"

이해선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국장, 기자들과 만나 밝혀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현대그룹과 채권단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 대해 금융감독원 이해선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국장은 20일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향후 재판 진행 상황 등을 봐가면서 필요하다면 제도 보완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대해 서로 의견 불일치로 법적 소송까지 간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는 특수한 경우라며 "법원도 약정 제도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은 외환은행 및 채권은행들이 공동으로 취한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 여신 중단 및 만기여신 회수 제재조치에 대한 효력정지를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법원의 판단은 약정 수용 여부는 기업이 판단해서 거부하면 약정 안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과 기업이 약정 체결 안 하겠다고 했을 때는 개별 은행이 알아서 자기 기준에 따라서 판단해서 조치 취하면 되지 공동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두가지"라고 말했다.

따라서 약정 자체가 위법이라는 판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제도 개선해 나갈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거부한다고 해서 채권은행들이 공동으로 제재조치를 취하는 데 대해서도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약정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기본 틀은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이번 현대그룹 채권단의 공동 제재 행위가 담합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담합은 공동으로 결정하고 공유하면 담합인데 이번 조치는 은행 내부에서 보는 기준에 따라 회수한 것이고 기준이 서로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다"며 "각 은행들이 동시에 판단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그룹이 올 상반기 재무구조개선 평가 결과 불합격하면 약정 체결하겠다고 해서 지난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유예 해준 것"이라며 "확약서 내놓고 약정 체결 거부한 것에 대해선 굉장히 유감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현대가 약속을 위반한 셈이라는 것.

그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더라도 은행에 가는 불이익은 없다"며 은행이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제재를 가하면 되기 때문에 결국 현대그룹에 돌아가는 불이익은 기존 제재와 별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법원의 가처분 인용에 대해 외환은행은 조만간 채권은행협의회를 열어 불복 절차 진행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박민규 기자 yu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