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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미술관 데이트가 거절당할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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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미술관? 절레 절레. 아마도 미술관 데이트는 거절당할 확률이 높지 싶다.

도도한 미녀도 아니고,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도 아닌데 그림은 묘하게 사람을 긴장시킨다.
'그림 문외한'인 기자는 인간이 동굴에 벽화를 그리던 시절부터 남이 그린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의 자세는 "뭘 그린거야"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 이야기가 샛길로 빠지기 전에 앵무새 이야기로 돌아오자. 앵무새가 들어있는 그림 구경을 좀 할까 한다.

누드화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자칫 글은 안읽고 그림만 보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림 이야기 재미없다고 안 읽을까봐 미리 예고편을 좀 보내 봤다.)
앵무새가 귀하던 시절. 왕이나 귀족들의 재산 목록에 포함된 희귀 애완동물로 앵무새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곤 했단다. 그러니 왕녀의 초상화나 귀족들의 일상을 그린 그림 속에 앵무새들이 종종 조연으로 등장한 것도 당연지사였다.

기자가 처음 앵무새가 그려진 그림을 본 것은 '대공녀 마리아 테레지아 드 오스트리아'라는 작품이었다.

프라도 미술관 소장품으로 기획된 미술전을 보러 갔다가 구입한 엽서 속에 고이 담긴 앵무새는 지금도 웃음을 짓게 한다. 핑크 리본으로 장식된 드레스를 입은 귀여운 왕녀는 새장속의 회색 앵무를 가리키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1700년대 스페인 마드리드의 궁정화가였던 독일 화가 안톤 라파엘 멩스의 그림이었다.

마네, 앵무새와 여인

마네, 앵무새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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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회색 앵무는 유명한 그림 속의 단골 손님이었던 모양이다. 비너스 대신 현실속의 여인을 그렸던 마네의 그림 속에도 회색앵무는 얌전히 앉아있다.

제비꽃을 살짝 쥔 그녀와 횟대에 사뿐이 앉아 "뭐 하는거야"라고 눈을 굴리고 있는 듯한 회색 앵무가 그림을 보는 시선을 차례로 끌어당긴다. 젊은 여인이 보여주는 새침함과 회색앵무의 뚱한 표정은 144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

쿠르베, 누드와 앵무새

쿠르베, 누드와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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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둘러싼 사연도 재미있다. 마네는 1800년대 후반 '사교계의 집시'라고 불리며 쿠르베와 '앵무새와 여인'을 주제로 맞대결을 펼쳤다고 한다.

1866년 살롱전에서 쿠르베는 앵무새와 함께 있는 여인의 누드를 내놓았다. 마네가 누드를 내놓자마자 쿠르베가 비웃듯 누드화를 내놓은 것. 이에 뒤질세라 마네가 앵무새와 여인을 이번엔 옷을 입혀서 위의 그림을 내놓았다고 한다. (http://blog.naver.com/armada0219 참고.)

룰란트 사베리 <새가 있는 풍경>

룰란트 사베리 <새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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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풍경화' 전문으로 유명했던 룰란트 사베리 또한 앵무새가 있는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새가 있는 풍경'이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 속에 바글바글한 새들이 1628년 당시 루돌프 2세의 동물원에서 실제 키우던 새들이라고 하니 이 또한 놀랍다.

자세히 보면 오른편에 금강앵무가 보이는 것 같지만. 워낙 새가 많아서 잘 못알아볼 지경이다. 오른쪽 구석에 보이는 뚱뚱한 새가 멸종된 도도새라고 한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다른 앵무새도 보이겠지만 기자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루벤스 <시몬과 에피게니아>

루벤스 <시몬과 에피게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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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의 작품 속에도 앵무새가 숨어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가 죽어가면서 봤던 그림의 화가로 유명한 루벤스. 그런데 루벤스의 그림이 기자를 좀 괴롭혔다.

이 그림은 '데카메론'의 이야기 중 하나를 담은 '시몬과 에피게니아(1617년)'다. 방탕한 귀족 청년 시몬이 시골 농장으로 쫓겨나 허송세월을 하다가 에피게니아의 잠든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주인공 주변에 그려진 앵무새가 사랑을 상징한다고 한다.

시력이 좋거나 주의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금방 발견했을 것이다. 기자는 앵무새가 잘 보이질 않았다. 솔직히 그림에서 앵무새를 찾는데 기자는 한 시간이 걸렸다. 그림을 잘 보면 왼쪽 구석에 금강앵무가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바라보고 있다.

이 그림 속에 나오는 동물들은 다들 하나씩 상징을 하고 있다. 원숭이는 어리석음을, 돌고래는 참을성 없는 사랑을(주인공 시몬). 작은 개는 믿음을, 꿩은 바른 품행을 상징한다고 한다. 숨은 그림 찾기 하느라 심술이 나서 상징에 동의까지는 하기 힘들다.


삼청동에 있는 '부엉이박물관'이라는 곳을 다녀왔다. 부엉이 모양 장식품과 생활용품, 그림 등이 온 벽에 가득 들어 있는 공간이다. 특히 그 곳을 방문한 아이들이 색연필로 직접 그린 부엉이 그림은 정말 귀엽다. 털보 부엉이. 무지개색 부엉이. 각종 부엉이들이 서툰 그림 속에 얌전히 앉아있다.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이기는 하지만 앵무새를 그리는 마음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여인과 아이들의 곁에 있는 앵무새의 모습은 그림 속에서도 사랑스럽다.




정선영 기자 sig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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