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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싫다'에 대처하는 앵무새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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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앵무새를 처분해. 앵무새에 신경쓰느라 딴 걸 못하잖아"
"이 앵무새들, 평생 데리고 살거야?"

기자 주변에 앵무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이렇게 말한다. 새장속에 앵무새들이 다 듣고 있는데 대놓고 말하기도 한다.
손사래를 치거나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들에게 기자는 소심하게 응수한다.

"가족인데 어떻게 그래요, 같이 살기로 약속했단 말예요."
앵무새들의 귀를 살포시 막아주고 싶다.

최선진(평창) 님의 앵무새

최선진(평창) 님의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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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싫어할 수도 있다. 앵무새를 사랑하는 기자도 비둘기는 싫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싫은 이유야 찾으면 나올테지만 그 이유를 찾는 일마저 귀찮을 때가 있지 않은가. 비둘기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주는 것 없이 그냥 싫은 것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금쪽같은 우리 '아가'가 누군가에겐 공포의 대상 내지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동물 쪽도 피차일반인 듯하다. 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앵무새도 '싫다'는 사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독 자신을 구박하거나 무서워하는 가족이 있을 경우 그를 멀리하려고 한다. 어찌보면 생존 본능이고 어찌 보면 눈치인 셈이다.

조한권(안산)님이 분양중인 파나마아마존

조한권(안산)님이 분양중인 파나마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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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기자는 응석받이로 자란 암컷 앵무새를 분양했다. 그러나 이 녀석을 분양한 후 기자는 처음으로 A/S 차원의 방문을 했다.

앵무새가 새장속에서 퍼득거리다가 발을 다쳤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만난 앵무새는 잠시 손을 피했다. 발에는 상처로 인해 피가 맺혀 있었다.

몇분 동안 지켜보다가 손을 내밀자 녀석이 나왔다. 한참 안고 있다가 발에 약을 발라준 후 거실에 좀 걸어다니도록 내버려 뒀다. 상처가 생기면서 놀랐을 앵무새도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앵무새를 분양받아간 가족의 구성원은 아빠, 엄마, 초등학생 딸, 아기 이렇게 넷이다. 이후 녀석은 초등학생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가장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필시 초등학생 딸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앵무새는 며칠동안 혼자 외로웠을 것이다.

최선진(평창) 님의 앵무새

최선진(평창) 님의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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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와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있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자신을 무서워하는 가족의 태도에 앵무새는 기가 죽거나 곁에 오지 않으려 한다.

때리거나 구박을 하면 이같은 행동은 더욱 심해진다. 심지어 일부러 말썽을 부리거나 새장 안에 있는 기물을 파손하는 등 반항적인 행동도 일삼는다. 상처가 날 정도로 주인을 물기도 한다.

김성철(부산)님의 앵무새사진

김성철(부산)님의 앵무새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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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앵무새를 양산하지 않으려면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앵무새를 좋아하는데도 도무지 새가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애조인도 많다.

행동을 돌아보자. 혹시 앵무새가 손에 올라오려고 할때나 갑자기 날아올랐을 때 무서워서 피하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앵무새를 데려다놓고 놀아주지 않거나 본인 마음이 앞서 강제로 새장에서 빼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음과 달리 행동이 그렇게 됐다면 행동을 바꿔야 한다. 그러면 '싫다'에 대처하는 방어 자세로 똘똘 뭉쳐있던 앵무새도 마음을 바꿀 것이다.

말은 안통해도 마음은 통한다는 것을 앵무새를 기르면서 알게된다.

기자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새장에서 고개를 내밀고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앵무새들이 진심으로 반갑다. 귀엽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꼬맹이 이뻐?'라고 묻는 녀석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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